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거 나만 이렇게 힘든걸까요?

제비성냥갑 2019. 6. 26. 21:15


육아하면서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난 그 중에 정말 힘든게 책읽어주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게 즐거운 분들이 있다면 찾아뵙고 내공을 전수받고 싶을 정도다. 아이에게 한글을 일찍 가르치거나 영어 조기교육에는 흥미도 없고 부작용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그 부분들에 있어서는 조급함이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건 부모의 의무처럼 이야기하는 육아서들과 부모님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만 불량부모가 된 기분이다. 그마나 남편은 나보다는 읽어주는 편이다. 어떨 때는 완전히 딴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꾸며서 읽어줄 때도 있다. 의도해서 그런건 아니고 남편 스스로 지겨워서 완전 엉뚱하게 읽는거라하는데 기발하다는 생각했었다. 나도 그렇게 하면 덜 지겨울까. 하지만 아이가 이제 36개월이 되어서 완전히 말이 안되게 읽다보면 왜냐고 폭풍 질문을 하니까 잘못하면 읽어주다가 내가 더 머리 아파지게 된다.

나는 미드나 책도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편이다. 금방 질리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은 그림책을 수십번 반복해서 읽는다는 건 거의 고문수준이다. 이야기 CD를 틀어놓으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는 엄마아빠가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살면서 이렇게 지겨운 게 있을까 싶을만큼 힘들다. 차라리 아이가 책을 읽는걸(글을 읽지 못하니 거의 외워서 이야기해주는 거지만) 옆에서 수시번 반복해서 듣는게 낫다. 귀엽기라도 하니까 몇번이고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읽어주는 건 너무 힘들다.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것보다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게 더 힐링이 될 때가 많다. 다른 부모님들은 어떻게 그걸 다 하고 있는 걸까. 존경스럽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책읽어주는 걸 이렇게 힘들어할지 상상도 못했다. 혼자 책읽고 싶다. 내가 읽고 싶은 어른용 책을 읽고 싶다. 어른 책이라면 재독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그림 책 읽는 시간을 내가 힐링하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걸까. 최근들어 든 생각은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외의 일을 하는데에 필요이상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이걸 왜 해야하는 지 나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하기가 힘들다. 지속하는데도 엄청나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이가 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놀아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나쁜 부모인 걸까. 나를 혼자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좀 더 크면 내가 같이 뭘 하자고 해도 하기 싫어할텐데 그 때가서는 후회가 되지 않을까 겁도 난다.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엄마랑 친구처럼 수다떨고 같이 취미를 공유하는 엄마와 딸사이가 되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참 모순인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 처럼 아이도 책과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만화책만 읽었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이 후회가 되는 만큼,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책읽기의 재미를 알게 된 만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읽는 재미를 못느꼈다면 지금 알고 있는것들을 나는 지금도 몰랐을 것이고 더 힘들었을 것이다. 책을 안읽었으니 글쓰기도 힘들어서 나를 탐구하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글쓰기와 책읽기는 함께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만 읽고 글을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또 새삼 여러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게 멘토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글을 쓰는 건 나와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좋은 말만 듣고 내 안에서 체화되지 않는다면 안읽는 것보다 못한 경우를 자주 본다. 자기 생각이 완전히 정답이라는 식으로 수많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생각이 굳어지고 거만해지는 경우 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있진 않은지 겁이 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그것들이 깨지면서 정말 알아야할게 많구나를 느끼지만 그 느낀 점을 글로 쓰고 실제 삶에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책을 안읽은 것과 똑같이 변화되지 않는 내 삶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다들 나처럼 책읽는 재미, 글쓰는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건 너무나도 큰 욕심인 걸까. 왜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남들도 했으면 하는 걸까. 이것 역시 강요인 건데 나는 왜 그러고 싶은걸까.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인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남들은 나와 관련없으니까 강요하지는 못하겠고 가족들은 만만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 가족 모두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요하고 있는 걸까. 좋은 걸 강요하는 건 나쁜 걸 부추기는 것보다 더 질이 안좋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 듣기에는 좋은 것이니 거절하기 어려운데 그 것만큼 사람을 괴롭게 하는 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있는게 내가 싫어하는 전도와 뭐가 다른 걸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자신이 믿고 있는 걸 믿으라고 하는거지?라며 경멸하곤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물론 책읽기와 글쓰기는 너무 좋아서 모든 사람들이 했으면 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그걸 할지말지는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그걸 다들 안한다고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게 전도를 못한 광신도같은 모습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와 책읽는 것도 쓸모없는 게 아니라 즐거운 다시는
못올 시간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빨리 보내야한다며 전전긍긍하는 게 아닌 오늘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가족이 화목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아이들을 재우는 남편이 있음에 고마워하는 여유가 있어야한다. 이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숨막혀하는 게 아니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내가 반성하듯이 글을 쓰다보니 드는 생각이지 글을 안쓰고 있다면 이런 생각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글쓰기를 사랑하게 된 데에도 감사해야겠다. 밤공기, 시원한 여름바람을 맞으며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이들이 아프지않고 잘크고 오늘도 잘먹고 잘자고 있다는데에도 감사하다. 고마워한다는 게 쉬운 줄 알았는데 꽤 오랫동안 감사하는데에 게을렀다는 걸 알았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나는 평소에도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도 부족했구나 싶다. 이래서 실천이 중요하고 다시 깨닫는것도 중요하구나 싶다. 이래서 좋은 책은 재독, 삼독하고 그러면서도 더 느끼는게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1년 전에 어떤 책을 읽었어도 지금의 나와 1년 전의 나는 경험한 것,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책 내용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책읽어주기가 너무 어렵다는 한탄을 하려다가 자기 반성과 감사함 그리고 통찰로 끝나는 것 같다. 오늘 참 풍족한 하루를 보낸 듯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여유롭게 즐기면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차근차근 해야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우선 순위를 잘 정해야겠다.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시간도 즐길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