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10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제비성냥갑 2019. 10. 15. 23:42

나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애들이 좋았다. 왜인지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좋았고 몸이 아파 감정적이었던 엄마보다 상냥하고 차분했던 어린이집 선생님을 더 좋아했다. 사실 어린 시절의 나는 감정적인 어른이 아닌 '어린 나'를 보듬어주는 '진짜 어른'에게 보호받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몸이 고단해 감정적이었던 엄마도 이해가 되고 어른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는 안정적인 어른이 필요했다. 나의 섬세함도 보듬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 전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다.

1. 아주아주 이쁜 아이들이 올 테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반쪽을 찾아 헤맸고 되도록 빨리 엄마가 되고 싶었다. 사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철벽녀에다가 연애 고자였던 나에게 연애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반쪽을 만났고 아이들도 만났다. 내 계획(?)대로 잘 이루어졌으니 연애 때문에 지질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반쪽을 만나 아주 큰 행복을 경험했고 아이들을 만나 하루하루 멋진 친구이자 엄마가 되기 위해 성장한다. 신호등 빨간불에 차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아이가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된다. 나에게 기분 좋은 책임감을 주는 건 아이라는 커다란 존재다.

2. 지금부터 '꾸준히'의 강력함에 대해 알려줄게

꾸준히는 '매일매일'이어야 해. 그러니 너무 무리해서 3일하다가 포기하지 말고 아주아주아주 쬐~~~끔씩이라도 한달지속할 수 있는걸 해보는거야. 그리고 작은 성공을 맛보는거지. 그러다보면 점점 자신감이 붙을거야.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의 힘을 이용한다면 너는 강력해질거야.

3. 잠, 걷기(달리기), 글쓰기

밤을 새는게 무용담처럼 느껴지는 주위분위기에 휩쓸리면 안돼. 잠이야말고 제일 중요하고 그걸 간과해서 건강을 잃게 될뻔했잖아. 잠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 나머지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집중하면 돼. 시간이 무한정 많다고 일을 다 하는건 아니니까. 걷기를 매일 안하면 넌 죽을수도 있다. 진짜 잠과 걷기와 글쓰기는 너를 살리는 길이야. 너의 육체와 정신 모두.

4. '함께'한다면 모든 게 가능할 거야

꾸준히의 힘과 건강한 몸/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너는 뭔가 부족할거야. 그게 영감을 주는 멋진 사람들과의 '연결'에 목말라서라는걸 나도 이제서야 알았어. '함께'한다면 힘든 것도 지겨운 것도 다 이겨낼 수 있어. 내가 장담해.

실제로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지만 나는 지금 이 네가지를 실천하고 있고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가기도 싫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매일매일 어제의 나와 싸우며 성장하려한다.

#한달쓰기 #한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