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고 난 뒤부터 다른 블로그 글쓰기가 참 힘들다. 브런치라는 걸 몰랐으면 원래 그런갑다하며 살 텐데 좋으면서 참 복잡한 마음이다. 스마트폰이 생겨서 너무 좋은데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겠는 뭐 그런 마음과 비슷하다. 네땡땡 블로그는 에디터가 바뀌었다면서 왜 이렇게 불편한 건지. 티스토땡는 같은 다음카카오면서 왜 PC로 쓴 글은 앱에서 수정이 불가능한지 참 알 수 없다. 언제 수정을 해주려나 모르겠다.
브런치만 주야장천 쓰고 싶지만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도 의외로(!) 많고 여러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네땡땡 블로그도 하고 포스트도 하고 티스토땡도 하고 페땡도 하고 인스땡도 한다. 근데 정말 글쓰기 단언코 좋은 건 브런치다. 좋을 뿐만 아니라 발로 써도 내 글이 시크함을 머금은 듯한 느낌을 풍긴다. 이러니 지금도 브런치로 쓰고 있다. 그리고 복사해서 티스토땡에 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팀원분들과 30일쓰기를 하다 보니 정제된 글이 아니라 브런치에는 못 올리고 티스토땡에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
글쓰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지만 그때는 나의 노트에만 끄적였었다. 블로그에 글을 쓸 생각도 거의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들이 흘러넘쳐서 어느 순간 노트에만 담기 너무 답답하다 싶었을 때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 신청을 했다. 글 한 개로 작가 신청을 하고 거절 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이 부러질 뻔했지만 나는 글을 추가하고 예전에 썼던 미니 에세이(?) pdf파일을 첨부해서 보냈다. 영화와 유럽여행을 접목해서 잘 버무린 나의 대학시절 감수성 뿜뿜 했던 글들이었다. 학기말 인디자인으로 제작해서 제출해야 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브런치 승인에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 파일을 첨부해서였는지 어쨌든 두 번째에 작가 승인이 떨어졌다.
그때부터였다. 글쓰기가 즐거워진 것 말이다. 제대로 '발행'을 누르기도 애매한 부족한 글이어도 그저 '작가의 서랍'속에 살포시 넣어둔다. 그러다 보면 또 어느 날 그 글을 다듬어 발행을 꾹 누르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
내가 어떤 브랜드 제품을 즐겨 쓰고 그것 아니면 안 된다는 브랜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마음을 빼앗기는 것들은 가끔 만나지만 '그것 아니면 안 산다'라는 식으로 골수팬이었던 것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브런치'의 골수팬이 되어 버린 거 같다. 누구를 만나도 글쓰기 좋아하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떨어져도 될 때까지 해보라고 한다. 오죽하면 이벤트도 만들었다. 그래서 팀원분들이 작가 승인이 되었다고 하셨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
다른 노트 앱들도 많지만 난 그냥 글쓰기도 브런치로 하고 끄적이는 것도 '작가의 서랍'에서 하련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브런치 빠 인증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