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말리는 사람들이 너무 미웠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소중한 육아에 온 신경을 써라라고 말을 해준 사람들이 미웠다. 나는 그저 나로 생생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말라고 다들 말하는 것 같아 너무 슬펐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치기 어린 이의 투정처럼 비치는 게 슬펐다. 한참 전에 '82년생 김지영'을 책으로 남편과 읽고 서로가 먹먹해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각자 나름대로 다 힘들다. 그 힘듦을 자기가 이해받고 싶은 형태로 상대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그런 게 서로의 서러움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82년생 김지영' 영화 예고편이 나와서 오늘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예고편만 봤는데 눈물이 나왔다. 세 번을 돌려봤는데도 매번 눈물이 나왔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고통의 크기를 남에게 이해시키지 못한다. 내가 얼마나 이 모든 것을 이루고 싶은지 사실 아무에게도 내가 느끼는 것만큼 절절하게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임에도 나는 슬플 수도 있고 그 도움이 되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미워하던 것은 내 고통의 원인을 전가할 누군가였던 것일까. 글을 쓰며 다시 곱씹으니 내가 미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나의 분노를 부딪히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나에게 화가 났고 내가 미웠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미워하는 마음을 거둔다면 이 모든 게 해결될 것만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