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들렀다가 <영어 하고 싶어? 떠먹여 줄게>라는 책을 발견했따. 오쿠무라 미사토라는 저자의 책인데 표지가 카톡 캐릭터인 어피치가 알파벳을 입에 쑤셔넣고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가 어제 그 책을 스마트 도서관에서 빌리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제목이 <영어는 다섯 살 일본어로 생각하면 재미있게 말할 수 있다>였다.
단기간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사람들은 많고 공부를 오래 했는데도 말문이 트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건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닌가보다. 어쩌면 일본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심할지도 모른다. 단지 영어에 대한 부담이나 필요성이 우리나라만큼 일본은 심하지 않아서 덜 그런 것처럼 보이는 것일뿐.
이 책은 '성인을 위한 다섯 살 영어'의 기본 6가지 규칙부터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6가지가 좀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 나름대로 줄여보았다. 결국 내가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를 하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과 상당히 일치했다.
나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아래 5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파악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 모르는 상태로는 한국어로도 횡설수설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영어로 핵심을 전달하고 대화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화'는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 내 얘기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나도 상대의 질문에 내 답변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한국말이 통해도 뭔말하는지 모르겠는 피곤한 대화를 떠올려보면 중요한 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 문장은 짧게 말한다.
영어는 결론부터 말해야 하는 언어다. (...) 대화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쉬지 말고 짧은 문장으로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달하고 싶은 순서대로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것이 요령이다. p.30
뭔가 제대로된 문장을 영작한 다음에 그걸 외워봤자 현장에서는 생각도 안난다. 자동으로 입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들려면 짧고 그리고 명확히 말해야 한다. 부차적인 설명을 이어나가는 게 뭐가 문제일까. 긴 완벽한 문장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오래 끌며 '어....'라고 하는 게 더 대화가 단절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짧게 문장을 말하는 연습, 자동으로 생각도 하기 전에 입밖으로 내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가 단어를 몰라서 말을 못하나, 자동으로 입밖으로 안나와서 문제지.
3. 바꿔 말하기를 잘해야 한다.
영어가 능통한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바꿔말하기를 잘한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는 힘'이란 하고 싶은 말을 간단한 우리말로 해서 그것을 알고 있는 영어 단어로 바꿀 수 있는 힘을 말한다. p.19
이게 5살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꿔 말해야하는 이유다. 숙어나 어려운 표현을 외우기보다는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어나 숙어를 풀어서 말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나는 일본에서 7년을 살다왔다. 어린 시절 2살부터 9살까지 살다왔다. 초등학교 3학년의 일본어까지만 현지에서 사용했던거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일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데 문제없는 이유는 바꿔말하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그건 무슨 말이냐고 바로 물어본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외워서 응용한다. 그럼 그 날은 그 말은 나에게 바로 흡수된다. 하지만 꼭 그런 어려운 단어가 아니더라도 그 단어를 쉽게 5살아이처럼 풀어서 말하면 문제가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저자의 얘기가 너무나도 와닿는 것이다.
4.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모국어로 대화할 때도 다양하게 표현하듯이, 하나의 문장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p.47
이것도 너무나도 공감이 간다. 우리도 한국어로 말할 때도 같은 말도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니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입에 익숙해진 표현을 쓰면 된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조금더 다르게 표현해볼까?하면서 다른 표현을 외워서 사용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알고 있다. 외운다고 쓸 수 있는 걸 아니라고. 익숙해져야 입밖에 나온다. 한 표현이라도 내 입에 붙는 표현 '하나'를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닐까.
5. 인도 사람처럼 자신만만하게!
인도의 제2의 공용어가 영어이긴 하지만, 그들이 하는 영어는 문법적으로 맞지 않다. 독특한 인도식 영어로 변질되어 어떤 의미에서는 불완전한 부분도 매우 많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은 영어가 불완전하든 말든,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억양이 세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어필한다. 그래도 대화가 안통한다 싶으면 몇 번이고 반복한다. p.58
저자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꾸 틀려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틀리면 안 된다,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말하기(아웃풋) 힘들다. 아웃풋 연습을 못하면 아무리 인풋을 늘려도 실제로 연습해볼 기회가 없어서 영어가 늘지 않는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틀리는 것에 익숙해져라! (...) 완벽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을 하지 않을 셈인가?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영어가 늘지 않는다.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