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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인되기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해보자

은퇴 후가 아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고민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하라니 어쩌면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3년 후 5년 후의 삶도 가늠하기 어려운데 20년 후 30년 후의 삶을 상상해보라니 쉽지 않을 것이다.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하는 건 계획하기와는 조금 다르다.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이루어야겠다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이미 내가 원하던 게 다 이루어진 삶을 상상하는 것이다. 몇십 년 후를 상상하는 게 쉽지 않고 너무 막연하다면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제약이 없는 삶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먼저 돈이 많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했을 때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니 좋지 뭐.'라며 그저 현재의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삶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돈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겠지만 일단 일반적인 경우로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 돈이 많으면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집을 살 겁니다. (이때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에 어느 정도 규모의 집이라는 것도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 그다음은?

좋은 차를 살 거예요. 

- 그다음은?

매년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여행비용을 따로 빼놓을 겁니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으로요. (어떤 나라에 가고 싶은지,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을 때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

- 그다음요?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연금처럼 매달 나오게 할 거예요. (금액을 대략적으로 따져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월급이 제한되어 있지만 제약이 없다면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할지 다 따져보는 것이다.)

- 그리고요?

아이들 교육비, 대학 등록금, 필요하다면 유학자금 등등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할 때 집과 결혼 준비에 필요한 것들도 다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 그런 다음에는요?

양가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더 연세가 드셔서 돌봐드려야 할 때 자식 된 도리로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그리고요?

양가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거나 필요하신 것들을 다 해드릴 수 있는 돈을 따로 통장에 빼놓을 겁니다. (평소 생각만 하고 못 해 드렸던 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 매달 뭘 보내드린다거나, 1년에 한 번 함께 여행을 간다거나, 스파에 보내드린다거나, 옷을 선물한다거나, 식사를 함께 한다거나... 이 모든 걸 구체적이고 어느 정도 빈도로 하고 싶었는지 다 생각해보고 금액도 적어본다.)

- 그리고 나서는요?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다 살 겁니다. (책을 매달 몇 권씩 산다든지, 피규어를 모은다던지, 매주 꽃을 나에게 선물한다던지, 나만의 드레스룸을 멋지게 꾸민다던지... 사람마다 다를 테고 정답도 없다. 이거야 말로 내가 진짜 돈으로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철저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질려서 더 이상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을 정도로 원 없이 다 적어야 한다.)

- 그리고요?

................

- 그 다음에는요?




이렇게 끝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했을 때 분명히 막히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일 때도 더 쥐어짜서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필요한 것은 뭘까. 내가 더 가지고 싶은 것은 뭘까. 내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계속 질문했을 때 내 삶이 이미 충족되어서 더는 바랄 게 없을 때, 그때부터가 진짜 질문의 시작이다.

내가 원하는 걸 다 이루었을 때 그다음에는 뭘 원하는지 나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어떤 이는 미혼모를 돕는 재단을 만들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나만의 회사를 만들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이 부분에서 원하는 게 없고 그저 하루하루 신나게 돈을 쓰면서 놀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돈걱정 없이 그냥 놀고 싶다는 대답도 막연한 대답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욕망을 바로 보지 않고 그저 '그냥'이라는 말로 회피하는 것이다.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매우 피로도가 높고 지쳐서 생각하기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놀고 싶다가 아니라 그 순간을 리얼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돈걱정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아침에 무엇을 먹고 그 다음에는 옷을 입고 무엇을 하러 나갈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나의 이런 순간들을 누릴 것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VR 체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적어야 한다. 그리고 내 욕망을 마주해야 한다. 내가 진짜 뭘 원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왜 버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내 삶을 그저 흘러가게 하는 걸 멈추고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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