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이 콩알만 하다.
그러니 친구들과 게임 삼아 돈내기는 하지 않는다. 간이 콩알만 한 이에게 '게임'삼아라는 건 없다. 즐겁거나 심심풀이가 될 수 없고 그냥 후덜덜 떨린다. 나의 돈을 걸든, 내 손가락을 걸든, 내 인생을 걸든, 그 무엇도 걸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뭔가에 올인하기가 늘 쉽지 않았다. ‘잠이야 저 세상 가면 푹 잘 터이니(?) 온 젊음을 바쳐 밤새서 불태워보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 정말 그래 볼까 하고 밤새고 새벽 첫차 타고 20대 초반을 보내다가 황천길 갈뻔한 나는 더더욱 겁이 많아졌다. 그 후부터는 건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 되어버렸다. 컨디션을 위해 숙면을 취하려고 하고 체력을 위해 걷기도 매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애늙은이처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나지만 안전함만 추구하기에는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갈증이 너무나 심했다. 성장하고 싶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다. 발전하고 싶었지만 의욕만 앞서고 노력만 해대던 내게 더 이상 헛다리 짚지 말라고 뼈 때리는 말을 날리는 책이 그렇게 운명처럼 내게 왔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이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그저 1만 시간을 죽어라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된 의식적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을 안 읽었더라면 나는 영어 실력을 올리기 위해 미드 100번 듣기와 말하기를 아무 영혼 없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랬을 생각을 하니 오싹해졌다. 내가 엄청나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면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간이 콩알만 해도 이왕 올인을 하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해야 한다. 백 프로 망할 게임에 올인하기에는 나의 시간도 돈도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의식적 연습에 대해 철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를 위해 '1만 시간의 재발견'의 방법을 직접 적용해보기로 했다.
1. 구체적으로 쪼개기
-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들기
-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 스크립트로 적기
- 유튜브에 올려서 피드백받기
- 배우고자 하는 걸 아웃풋 형식으로 영상 제작하기
- 코딩 앱 클로닝(똑같이 만들어보며 배우는 것) 해보기. baby time, 29CM 등등
- UX/UI에 대해 제대로 알기
- 재정관리에 대해 (가로 저축)
2. 컴포트 존에서 살짝만 벗어나기/ 더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 하기
- 매번 쓰던 표현이 익숙해지면 같은 의미지만 다른 표현을 찾아서 시도해보기
-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해보기
3. 집중, 몰입하기
- 영작을 하고 이야기를 할 때 몰입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더욱 효육적으로 활용하기
(집안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짜투리시간을 잘 이용하기)
4.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수정해서 반영하기
- 댓글로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기
- 잘못된 표현 피드백받으면 그걸 바로 반영해서 제대로 쓸 수 있게 연습하기
- 유튜브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린다면 외국 사이트에 올려서 질문 겸 피드백을 요청하기
책에서는 심적 표상 mental representation(또는 cognitive representation. Cognitive means relating to the mental process involved in knowing, learning, and understanding things. refer to wikipedia.)에 대해 자주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 심적 표상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확 와 닿지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영어 단어로 접근을 해보니 어렴풋히 의미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mental representation은 내가 많은 경험과 다양한 다르게 하기로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거쳐 컴포트존을 살짝씩 벗어나면서 더욱 판돈을 키워 심화시켜야 하는 존재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스펙테이터>의 기사들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글쓰기가 즐거워진만큼 영작도 즐거워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겠다고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씽큐베이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기승전’글쓰기’였는데, 지금은 기승전’행동’이 나의 모토가 되었다. 이렇게 나는 글쓰기라는 나의 컴포트존에서 살짝 벗어나 행동zone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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