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지가 약한 것 같아'
우리는 스스로에게 참 많이도 실망을 한다. 새해에 다이어리에 적은 목표들이 무색하게도 다음 해에 또 적게 될 거란 걸 점쟁이처럼 미리 알 수 있다. 이런 작은 실패와 실망들이 쌓여 우리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어떤 변화도 시도조차 하기 싫어진다. 작은 성공들을 거듭해야지만 나의 자존감이 올라갈 텐데 우리의 자존감은 끝을 모르고 내려가기만 한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 과거의 나에게 이 치트키를 누군가가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것도 그 어떤 계기로 새롭게 그리고 전혀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다. 마치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단어도 새롭게 느껴지고 의미도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내가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마이크 베이어의 '베스트 셀프', 그리고 톰 오브라이언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를 보면서 아주 강력하게 느낀 것은 '환경'의 힘이었다.
아... 또 들리는 듯하다. '환경의 힘... 뭐 다 아는 소리를 하고 그래. 환경 설정하느라고 비싼 헬스장 끊고 영어학원 끊고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안된다고. 그건 내가 의지가 약해서야... 나는 안되나 봐..' 나만 들리는 건가.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왜 새해 첫 달에 헬스 등록이 폭발적으로 늘다가 급격하게 그 수가 줄어드는 건지, 왜 우리나라는 영어교육비 사용이 세계 1위로 가장 높은데 영어회화에는 자신이 없는 사람이 그리 많은지 설명이 안된다.
의지가 아니라 이 4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이 형성되기 위해 4가지를 말하고 있다. 먼저 눈에 항상 잘 띄게 잘 보여야 하고 매력적이어야 하고, 쉬워야 하고 만족스러워야 달라진다고 말이다. 일단 운동하러 가기 위해서 이 4가지 설정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발이 안 떨어지는 것이다. 퇴근하고 운동화와 운동복이 바로 눈앞에 있어야 그걸 바로 입고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나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야지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100프로 운동가기 싫다. 그런 환경인데 운동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축하드린다. 당신은 엄청난 의지력의 소유자다. 스스로를 듬뿍 칭찬해줘도 된다. 그만큼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달라지기 위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무슨 얘기냐 하면, 내가 원하는 행동이 일반적인 집단에 들어가면 내 행동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이 되기 쉽다. 그리고 인정받는다는 뿌듯함도 준다. 주위에 운동을 1주일에 한 번이라도 하면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고 치자. 내가 그날 운동을 빠지더라도 그 사람들은 뭐라고 안 한다. 왜냐면 처음부터 운동을 하러 가는 내가 특이한 사람이라고 그들은 느꼈을 테니까. 하지만 운동을 주 5회 기본으로 하는 이들과 함께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서로 격려를 하고 인증을 남기는 모임을 만들었다면 어떨까. 내가 하루라도 빠지면 민망하기도 하고 모두의 공동목표에 나 혼자 누를 끼친 거 같아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때 동료들이 격려해주며 이번에는 그랬지만 내일부터 다시 함께 힘내 보자고 격려를 준다면 어떨까. 다시 할 힘이 생길 것이다. 나는 원래 의지가 약했다며 원래 이런 인간이었다며 자책할 틈조차 안 생길 것이다.
세 번째로 쉬워야 한다는 지속성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다. 당신이 영어 초보인데 오늘부터 매일 원서 100 페이지씩 읽겠다고 마음먹었다 치자. 아... 듣기만 해도 엄두가 안 난다. 3일 정도 하고 나면 머리에 쥐가 날 수도 있고 당분간 영어 문장조차 보기 싫어질 수도 있다. 이 노력을 한 다음 지쳐서 더 많은 시간을 그 스트레스를 푸는 데 사용한다면 더 많은 시간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일단 너무너무 쉬워야 한다. 매일 한 문장 외우기나 한 문장이라도 읽고 응용 영작을 해보기와 같이 정말 쉬워야 한다. 그걸 30일간 지속하기라든지 일정기간 꾸준히 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아주 작은 습관이 형성되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심지어 일단 처음에는 책을 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단 3초라도 아주 쉬운 시작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네 번째의 만족스러워야 달라진다는 보상이 뚜렷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에게 뭔가를 하든 함께 하는 이들이 서로 격려를 해주든 나의 글에 좋아요가 눈에 띄게 찍히든 어쨌든 '즉시' 스스로 보상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새해 다짐들은 이 네 가지의 요소가 없이 그저 다이어리에 적고 색깔 팬으로 꾸미고 올해에는 꼭 해내고 말겠다며 마음속으로만 약속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해냈다면 정말 인간승리를 넘어 인간의 본능을 거스른 것과도 같다. 아마 그런 사람은 이미 뭐가 돼도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다짐을 쓰기도 전에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마이크 베이어의 '베스트 셀프'도 보면 의지만으로는 이겨 낼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를 그려봐야 한다. 최고의 자아가 반자아를 누르고 제압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최고의 자아와 반 자아를 손으로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두려움들을 몰아낼 수 있다. 이건 그냥 의지로 몰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실행들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서도 전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가 아프다고 배 속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몸 전반적인 지식과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좋은 점은 관통하는 메시지를 발견했을 때 서로 다른 분야별로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권만 끝까지 읽고 글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책에서 본 좋은 내용을 즉각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내가 알게 된 게 특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슬퍼지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탓하고 있을까. 더 나아질 기회가 있는데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그 기회의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돌아서고 있는 걸까. 그러니 이제부터 더 이상 스스로를 의지박약이라며 탓하지 말고 환경설정을 제대로 못했음을 아쉬워하면 된다. 이제 알면 바로 실행하면 된다. 환경설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함께'하기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혼자 한다면 절대 못 이룰 것을 함께한다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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