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자급자족 라이프에 목이 말랐었다.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냥 전생에 뭔가를 못 이루고 답답하게 생을 마친 건가 싶다.
이렇게 편리한 시대에, 그것도 24시간 편의점에, 배달음식 천지에, 인터넷도 엄청 빠른 한국이라는 나라의 서울에서 살면서 뭐가 그리 불안한 건지 나는 자급자족이 항상 목말랐다.
너무나 편리해서 내 상식을 벗어날 정도면 불안하기까지 했다.
'전기가 끊기면 어떻게 하지?'
'자연재해 때문에 집 밖 슈퍼에 못 나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인터넷이 끊기면 어떻게 하지?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돈을 못 버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들이 나의 배움의 대한 욕구를 자극했었나 보다.
이런 불안에 강한 자극을 준 것은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
자연재해는 누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모든 자급자족 라이프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때는 생과 깔끔하게 안녕을 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까지는 하고 싶다. 전기가 끊겨도 자가발전이라도 해서 전기를 공급하고 싶었고, 먹거리가 불안해도 내 앞 텃밭에서 건강하게 키운 채소들로 내 몸을 챙기고 싶었다. 인터넷이 끊겨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정보들은 잘 정리해서 제때 활용할 수 있었으면 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회사를 쉬게 되어도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까지 자연재해와는 연이 없지만 이런 불안감때문이었는지 자의로 퇴사를 하였다. 밑도 끝도 없이 한 퇴사는 아니었고 이대로 회사를 다니며 월급쟁이로 살다가는 다음날 아침이 전혀 기대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슬펐기 때문이다. 그저 주말만을 기다리며 살았고 주말이 되자 다가올 월요일에 불안해하며 지냈다. 나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기대되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월급쟁이'라는 신분은 다음날 회사가 망해도, 자연재해가 서울을 덮쳐도 과연 안정적일까. 우리의 생을 크게 봤을 때 그런 삶은 말처럼 '안정적'이지 않다.
어차피 '안정적'이지 않은 불안정한 인생, 이왕 살 거면 못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뻔한 말을 방패 삼아 나 자신에게 솔직한 후회 없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선택한 몇 가지.
-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싶다
비료도 지렁이 키우면서 만들고 싶고, 무농약은 물론 화학비료 안 쓰고 땅 자체가 건강할 수 있게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게으르기 때문에 손이 너무 많이 가지 않는 방법을 쓰고 싶다. 나는 잡초 뽑고 벌레 잡다가 하루를 다 써버리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런데 요새 들어 드는 생각은 내가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은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식량 공급률이 120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27프로?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얼마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우리 먹을 것도 없어 안 팔아' 그렇게 나온다면?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을 것도 위협당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언제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매우 현실적인 일인 것만 같다.
- 제로 에너지 하우스에서 살고 싶다
태양광, 태양열, 그 외 대체에너지들을 쓰면서 ESS(Energy Storage System)로 에너지를 저장해서 한전에 되팔고 싶다. 그리고 전기가 끊겨도 자체적으로 발전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독립이 가능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 (이탈리아나 스웨덴의 한 마을처럼)
-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정보수집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기 위함이다. 자격증을 위한 외국어는 진절머리 난다.
-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다
그림을 글 쓰듯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되고 싶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에 망설임이 크다. 선하나 그리는데 참 고민을 많이 한다. 어릴 때는 참 자유롭게 그렸었고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그 두려움을 버리고 싶다.
-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짐이 많다는 건 마음도 무겁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살고 싶다. 무소유로 지내고 싶다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소중히 다루면서 잘 손질하면서 살고 싶다는 뜻이다. 물건만 쌓아두고 사람이 사는 게 아닌 물건들에게 공간을 빼앗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게 로또 당첨금이 떨어져도(로또는 사본적도 없고 살 생각도 없지만) 왕래가 없던 먼 부자 친척이 나에게 유산을 남겼다 하더라도 위의 사항들을 못하면 나는 전혀 기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핑계대기도 싫었다.
이것들을 그냥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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