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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의 독서

글쓰기와 정리, 그리고 재편집


2013.8.3.새벽

선뜻 써지질 않는다. 이 이야기는 내가 겪은 이야기일까. 앞으로 내가 겪을 일야기일까. 내 손에 펜이 쥐어진 순간, 머리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써내려가는 것보다 그거 손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생각만 하던 사람이기에, 괴로울 만큼 머리 속에서 끊임없는 대화만을 해온 사람이기에, 그만 나를 쉬게 만들고 싶었다. 어느 방향으로 몸을 향하고 어느 정도의 보폭으로 어떤 타이밍에서 발을 떼고 어느 정도의 폭으로 걸음을 옮길지 미리 생각하는데에는 이제 지쳤다. 그렇게 준비만 하고 생각만 하던 내가 지긋지긋하다 못해 안쓰럽고 내 인생에 미안함이 든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꾼들이 행복했든 불행했든, 결국 펜을 든 이유는 펜을 들지 않았을 때보다 행복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써내려가지 않으면 나 자신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에. 타자보다 글을 쓰는 게 좋다. 직접 휘갈기듯 쓰면서도 나의 글씨는 나를 만들어나간다. 감정따라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글씨를 보며, 결국 어떤 글씨로 정착이 될까 기대도 되고 도끼를 가는 듯한 숭고함도 느껴져서 좋다.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그걸 바로 찍어내는 작업. 나는 자체 출판인이자 저자이자 독자이다. 무엇인가가 즐거우면서 속시원하면서 나에게 쌓여간다는 느낌은 참 좋다. 이게 강박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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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좋다. 머릿 속은 정리가 안되기 떄문에 시야만이라도 정리하고 싶다. 그렇다고 결벽증까지는 아니다. 만약 결벽증이라면 내방이 참 깨끗할텐데...엄마한테 자주 혼난다. 내 물건의 질서는 내가 만들고 싶다. 눈감고도 어디있는지 찾을 수 있어야지 안심이 된다. 물건을 잘 못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정보, 이미 만들어진 것 중에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참고가 되는 것, 재편집이 가능한 것.

세 가지 모두 같은 말이라는 것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난 좋아하는 것만 모아서 짜집기하고 싶은거구나.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좋은 것만 보고 싶어"

좋은 것만 짜집기하고 싶은 나는 그것과도 같은 맥락인거겠지. 그래 굳이 힘든거 더러운 거 보면서 그걸 꺠끗하게 하려고 노력하다가 내 인생 다 허비할 필요는 없는거다. 어찌보면 냉정하지만 개미같은 존재인 내가 죽도록 노력한다고 얼마나 바뀔까. 참 허무주의구나. 나만 행복하면 되는거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내 욕망이 남에게 피해가 안가기란 어려운걸까. 나는 건강한 이기심을 실천중이다. 뭔가 예쁜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따라해서 내 걸로 흡수해야겠다. 인간에게 모방이 가장 성장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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