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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의 독서

책읽으면서도 조심해야하는 것

내가 책을 꽤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약속장소로 오기 전에 서점에 들러 이런 저런 책을 봤다라는 말과 더불어 이야기 도중에 이런 책도 있다는 얘기를 하다가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 너 책쟁이구나!"

책쟁이라는 말이 뭔지 확 와닿지는 않지만 내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걸 그제야 자각했던 것 같다. 난 그저 영화얘기하듯 좋아하는 쇼프로얘기하듯 책얘기를 한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 말에 비로소 나의 책사랑을 깨닫게 된 특이 케이스였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나에게 대해 또 다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책을 들고와서 쉬는 시간에 읽었었는데 그 때 반가워서 어떤 책 좋아하냐고 물어봤었다는 얘기. 나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고등학교때라면 내가 한창 책을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이나 읽기 수월했던 일본소설 책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고등학교 이전까지 책을 읽지 않았고 만화만 보던 나에게 책쟁이라는 타이틀이라니... 역시 사람은 성장할 수 있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가보다. 



그리 다독가는 아니지만 강제 슬로리더이자(책읽는게 느리다...빨리 읽고 싶지만 뇌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서점 투어하며 아이쇼핑하는 걸 즐기는 나로서 그래도 책애호가정도의 영광은 누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내가 최근들어 책을 읽으면서 경계해야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나는 읽어보지도 못한 마르크스네 철학서적이네를 쉽게 읊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처음에는 책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는데 계속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오픈 채팅방이었다) 정말 피곤했다. 


한 작가님이 하신 얘기가 생각이 난다.

"책읽고 글쓰는 게 중요하긴 한데 문제는 여기서 만족해버리면 안된다는거에요. 책읽는 행위, 글쓰는 행위가 엄청난 뇌활동을 하는 거라 많은 걸 한듯한 위안을 주거든요. 근데 글만 쓰고, 읽고 느낀 걸 실제 행동에 적용해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책읽고 글쓰는 행위는 그 '실천' 중에 아주 작은 행동 중에 하나에 불과합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지식이 머릿속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 끝이 없는 토론'만'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책 한쪽도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얼마나 대단한걸까, 그럼 글쓰는 일도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오히려 책읽기로만 만족하는데 왜 글을 써야되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대단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에 글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책읽기 애호가도 상당수 있었다. 


읽기만 하고 넘어가면 대부분이 휘발되어버리고 나는 몇권을 읽었다는 자만에만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독만 하고 생각이 굳어버리는 고리타분한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1년에 몇백권 읽고 자기위안에 빠져살면 어쩔뻔했을까. 나와 같은 지식인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세상탓만 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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