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전환점도 궁금합니다.>
#한달매거진 6번째 질문 : 나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번의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각각의 전환점 이후,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전환점 1. 건강을 되돌아본 1주일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첫 번째 사건은 9살 때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것도 아니고, 6학년 때 잠깐 중국 현지에 있는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에게는 그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적응력은 갑이라고 스스로 자부했었다. 외향적이기보다 내향적인 편에 속하는 나지만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엄청 잘 적응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는 압박보다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환경의 변화는 나에게 별 특별하지는 않았다.
정작 나를 크게 뒤흔든 사건은 대학생 때 일어났다. 나는 운동신경도 꽤 좋은 편이라 나의 체력이 좋다고 믿었었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밤샘 과제며 술자리며 빠지는 법이 없었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해도 정신력으로 버텼고 자주 새벽 첫차를 타고 집으로 오곤 했다. 점심시간 없이 연속으로 수업 운이 나쁘게 잡힌 학기에는 초콜릿으로 때우면서 끼니도 잘 챙겨 먹지 못했었다. 잠도 불규칙하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 청춘의 몸뚱아리만 믿은 나는 어느 날 크게 아팠다. 어디가 아팠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하필 시험기간이었던 1주일간 학교를 아예 못 나갔고 제발 아픈 것만 낫게 해달라고 울며 빌었던 것만 생각이 난다. 그렇게 나는 지옥 같은 1주일을 보냈다. 근데 그보다 더 지옥 같았던 것은 그 1주일간 밀린 과제와 못 치른 시험이었다. 그 당시 나는 엄청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휴학을 할까도 고민을 했었다.
다행히도 교수님께서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배려해주셨고 휴학은 안 했지만 그 1주일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큰 전환점이었다. 내 나이 또래에 비해 내가 건강 타령을 하는 것도 이 전환점이 계기였다. 나는 30대지만 60~70대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이해가 된다. 내가 아파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다. 사실 20대에 일찍 알게 된 것을 감사한다. 잠과 음식, 정신건강의 소중함,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운동까지. 나는 70대 노인이 30대의 몸으로 환생한 것처럼 지금의 건강에 감사하고 또 좋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전환점 2. 완전한 자유라는 늪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내가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된 계기는 제약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내가 나의 진로를 선택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완전한 자유가 나를 오히려 옭아맸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게 오히려 독이었다. 선택지가 너무 넓어서 하나로 좁히지도 못하고 내가 대체 뭘 하고 싶은지도 길을 잃을 정도로 헤매게 되었다. 그러다가 사회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항을 내 삶에서 제외시켜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하면서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경력이 단절된다는 건 피할 수 없겠다는 걸 처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육아한다고 '경력이 단절'된다는 말자체에도 거부감이 있다. 나는 여전히 삶 전반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고 육아를 통해 사회적인 고민을 처음 하게 되었고 내 생각과 경험의 폭도 넓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 있으면 내가 원하는 일을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경제활동에 대한 생각이 정말 뒤집히는 경험을 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경제적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루에 9 to 6로 한 공간에서 묶여서 하는 경제활동이 아닌 다른 방식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고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나에게 엄청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글쓰기가 어떻게 돈이 되느냐 할 수 있겠지만 나의 이 글쓰기는 영어로 글을 써서 세계무대로 파이를 키우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림 역시 이미지가 갖는 힘은 언어를 초월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으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자유는 내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육아라는 선택지가 나에게 나아갈 길을 더 명확히 제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환점 3. 연결의 힘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랜다면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외로웠다. 나와 함께 성장을 할 영감을 주는 동료들이 고팠다. 사실 씽큐베이션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연결을 원하고 있는 건지 깨닫지 못했다. 그저 나에게 충격을 안겨준 멘토의 존재가 컸고 그들 속에 속해있고 싶었다. 씽큐베이션을 시작하고 나서는 책 읽고 서평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걸 다 해내는 것만이 목표가 되었다.
그러다가 끝나갈 즈음이 되니 불안해졌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 모든 게 신기루같이 느껴질 것이고 나에게는 좋은 사람들과 책을 함께 읽고 토론했다는 추억만이 남을 거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그러다가 한달쓰기를 만났다. 씽큐베이션 멤버들과도 계속 이어지면서 하는 한달쓰기라 씽큐베이션이 끝난 것 같지도 않게 느껴졌다. 한달쓰기 1기를 끝내고 한달매거진과 한달머니도 하고 있다. 그리고 30일간의 드로잉 모임도 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4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정말 제대로 쉰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쉼 없음이 기약 없고 지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게 보장이 되는 느낌이라 꽤 할만한 거다. 내가 진작에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그전까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하던 게 무안해졌다. 난 열심히 산 적이 없었다. 그저 힘들어하기만 했던 거다. 내 한계를 너무 단정 지었고 겁먹었다. 이젠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의 힘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만이 나에게 남았다.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된 이 순간이 참 소중하기도 하고 현실같지 않게 묘하게 느껴진다.
#한달매거진 #한달쓰기
'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알아가는 여정 (0) | 2019.10.26 |
---|---|
내 안의 두려움 (0) | 2019.10.25 |
내가 듣기 싫은 말 (0) | 2019.10.25 |
나의 컨디션을 좌지우지하는 것 (1) | 2019.10.16 |
10년 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0) | 2019.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