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일'들에 경중은 없을 텐데 사람들이 그 경중을 은연중에 판단 내릴 때 슬퍼진다. 그 어떤 일도 하찮거나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일 텐데 사람들은 그 일의 시급이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중요도를 판단 내릴 때가 많다.
그중에 어떤 일거리는 중요하다고 말만 할 뿐 그에 따른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게 가사이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헤아려주는 일이다. 어떤 기사에서 가정주부의 연봉을 수치화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 역시 그저 수치화한 것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가정의 안위를 책임지는 그들에게 그 금액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대로 지불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본다.
배우자의 월급을 관리하니까 그게 대가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말한다면 묻고 싶다. 그 어떤 이가 배우자의 월급을 개인 돈처럼 펑펑 쓸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당연히 배우자의 월급은 배우자만의 돈이 아니라 집안을 관리하는 이의 노고도 포함되었으니 지분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본인부터가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가정주부로 지내오신 우리 엄마는 아빠의 월급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것을 사기 그렇게 미안해하시고 아끼셨었다. 나는 그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경제활동으로써의 일을 누구나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집안을 책임지는 일이 하찮아서가 아니라 그걸 대우해주지 않는 사회분위기와 그에 적응된 자기 자신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양질의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그냥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시간제 일자리가 최저 시급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시간제로 하더라도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하루 8시간씩 주 5로만 일을 해야 경력이 쌓이는 걸까? 일주일에 3시간만 할애해도 그걸 5년, 10년 지속한다면 개인에게 중요한 경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일주일에 3시간만이라도 꾸준히 몇 년씩 하던 일은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왔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렇게 꾸준히 하는 일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주 5로 하루에 8시간씩 일하는 게 정상이 아님을 느껴야 하듯이 시간제 일자리도 충분히 경력을 쌓는데 매력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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