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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인되기

실패가 두렵다면



이 전에도 '실패 카운터'라는 글을 통해 나의 실패에 대해서 썼다. 그건 실패가 두려운 내게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 채우자는 다짐이었다.


사실 실패한 것들을 쓰는 건 부끄럽기도 했다. 당당하지 못한 것들이었지만 그냥 뻔뻔하게 썼다. 그래야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도조차 안 한 과거의 나를 탓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 거란 믿음에서였다.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다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하고 싶었다. 근자감으로 가득 차던 유년시절의 나는 어디 가고 이런저런 실패를 겪으며 상처로 가득 찬 겁이 많은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있었다.

아무것도 시도도 안 하고 상처도 안 받는다면 실패의 횟수는 현저히 줄였겠지만 내 미래는 후회로 가득할 것 같았다. 그게 죽기보다도 더 싫었다.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겁이 많은 어른이기보다 겁 없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넘어지면 무릎 탁탁 털고 눈물 콧물 찔찔 흘린 거 손등으로 쓰윽 닦고 나서 다시 시도하고 도전하고 싶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용기라고 불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용기 같이 대단한 게 아니었다.










살면서 답답한 게 많아 늘 머리가 복잡했다. 토로할 데가 없어서 글로 토해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보다 내가 살기 위해 쓴 글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좋아해 주면 날아갈 듯 기뻤다. 그렇게 구독자가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나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친구가 생긴 거 같아 기뻤다.



작가라는 직업을 상상한 적도 없었고 그저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면 어떨까. 나이 들어 다른 일을 못하게 되면 타자칠 힘이라도 남아있을 때 글을 쓰고 그걸로 경제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거야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하다가 그게 꼭 '언젠가'일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당장, 올해 내에 책을 내고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우습게 보고, 쉽게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

그냥 행복하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게 고역이 아니라 글 쓰면서 행복하고 속이 후련해지고 내가 쓴 글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퇴고하면서도 지겹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그런 일이 내 직업이 된다면 정말 그것만큼 행복한 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걸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한 거다.

나의 삶이 소중해서였다.






어떤 배우님께서 '말하는 대로'에서 배우 송강호 님한테 뺨을 맞는 씬이었는데도 본인은 행복했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뺨을 맞는데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연기라는 걸 하는 게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는구나 싶었다고 말하는 걸 듣고 기분이 묘했다.

우린 정말 행복한 일을 하면 그 어떤 것도 '견디는 게' 아닌 게 되는구나 싶었다.







내 길을 가기 위해 그 한걸음을 내딛는 방법 중에 하나로 브런치 북에 당선되고 싶었다. 그러면 좀 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그 길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손은 뻗어봤는데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제야 겁이 났다.



사실 거절당하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출판사 여러 군데에 문을 두드리긴 할 테지만 상처는 상처니까. 남편이랑은 당선되어도 치콜(치킨과 콜라) 파티를 하자고 했고 떨어져도 치콜로 위로 파티를 하자고 약속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쓴 글이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안 되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되는 단계에 온 것 같다.



일단 거절당해도 나는 올해 내에 책을 출판하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 북으로부터 거절당해도(으윽 이 말을 하는데 마음이 쓰리다) 더 독하게 마음먹고 퇴고하고 출판사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안되어도 나만의 일거리가 하나 추가로 생겼다. '상상 은퇴'로 브런치 북에 도전하는 기간에 '간이 콩알만 한 사람의 돈 공부(<간. 콩. 돈> 줄임말이 입에 안 붙는다. 발음하기도 힘들고 왕밤빵저리가라다)'라는 매거진을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건 내가 만약 브런치 북 신청을 안 했더라면 떠오르지 않았을 주제다. 비록 '간. 콩. 돈'은 브런치 북 마감된 이후에 쓴 글이라 당선 여부에 영향은 안 가겠지만 이 매거진을 쓰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매일매일이 할 일은 많고 책도 끊임없이 읽고 쓰고 하는데 엄청 엄청 엄청 상쾌한 거다! 이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라고 내 나름대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상태를 경험해서 기분이 묘했다. 물론 그게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2~3주는 지속되었다. 그 이후인 요즘 조금 지친 상태이긴 하지만 약간 휴식을 취하면 되는 정도고 글쓰기나 책 읽기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브런치 북 신청을 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정말 간절하게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되었을 때 정말 실망이 클 거 같고 또다시 미친 사람처럼 현실을 부정하며 크게 웃을지도 모른다.(또르르...)



그래도 이 글을 쓰기 전보다 약간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그리고 실패하고 탈락하더라도 덜 상처 받기 위해 더 큰 도전, 더 많은 시도를 해야겠다.



무뎌지긴 힘들겠지만 실패에 무뎌지기 위해
내일 아침 일어나서도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