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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인되기

블로그 시작 전에 걷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나와 운동은 거리가 멀었다.

원래부터 체력이 저질인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시간이 생겼을 때' 운동을 해야지라는 생각만 했었다.

운동할 시간에 잠 좀더 자고, 책 한쪽 더 읽고 싶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동은 다이어트를 위해, 아니면 좋은 몸매를 위해 사람들이 하는 것이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매일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최소 한시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그렇게 한달을 걸었고 최소 100일은 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100일은 걸어보자 마음먹었다. 사실 좋은 러닝화를 산것도 아니고 평소에 신고 다니던 운동화를 신고 매일 걸었다. 걷게 된 이유는 체력이 너무 심각하게 저질이라 일상생활에 지장이 갔고 돈을 들여 필라테스같은 걸 끊자니 너무 비싸 엄두가 안났다. 그래도 만약 돈이 있었더라면 필라테스를 끊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돈이 없어서 걷기를 시작한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행운이었다.

내가 걷기를 해서 얻은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꾸준함'의 커다란 힘을 너무나도 절실히 느꼈다. 꾸준함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너무도 정설이라 사실 잊고 지냈다. 잊고 지냈다기보다 듣기 싫지만 옳은 얘기인 어르신의 말씀처럼 느껴져 거리를 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꾸준함 좋지. 성공한 사람들은 다 꾸준한 습관이 있었다지? 하지만 귀찮아.'


항상 그런 생각이 나의 무의식을 지배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걷기에 빠졌다. 걷기에 빠진 이유는 쉬워서였다. 단순히 바깥공기 쐬면서 아무생각없이 걷는데 그게 운동이라는 걸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돈을 주고 공짜 피티를 해준다고 해도 나는 일주일에 매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란 사람 참 게으르다. 돈까지 준다는데....)


하루하루가 답답했고 근데 그 답답함 속에서 벗어날 방법은 일단 집밖을 나서는 거였고 달리기까지 하기에는 힘이 들어서 '그냥 걸었던' 것이다. 나의 귀차니즘이 나를 걷기로 인도한것이다. 






그런데 걷기와 블로그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신다면 아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블로그처럼 당장에 결과가 나오는것 같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할 때 정말 힘들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나의 글 하나하나 댓글달아주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내일도 기다릴게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구독자늘리는 재미에 블로깅을 한다지만 나는 결국 '돈'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가장 큰 동기부여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매일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려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같고 댓글도 안달리고 좋아요도 없다면 더더욱 지속할 수 없다. 나에게 작은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게 흔히 말하는 '보람과 재미'가 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데 그걸 넘어서는 재미와 보람을 가지고 무언가를 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그 분야에서 뭔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전전긍긍 블로그를 해야하는데 쓰기는 귀찮고 쓸거리는 없다는 생각을 작년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에도 나는 블로그를 해야하는 동기부여는 제대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을 할 수 없었다. 동기부여만으로는 부족했다. 매일매일이 힘들었고 내 몸이 우선이었고 내 자유가 우선이었다. 당장에 나에게 보상을 주지 않는 블로그는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무엇이 달라진 걸까.

걷기 전의 나와 걷기 이후의 나는 아주 달라져 있었다. 이래서 직접 경험을 한것과 안한것의 차이는 크다고 했던걸까. 책만 읽고 글만 쓰고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 아주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때와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걷기로 꾸준함의 힘을 몸소 경험한 다음에 블로그를 시작해야 블로그를 꾸준히 할 진정한 '동기부여'가 된다.


걷기가 너무 좋은데 뭐라고 설득을 해야할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걷기가 너무 좋은데 설명을 못하겠다고 한 걸까.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있게 정리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