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운동은 약간 기부나 봉사같은 단어와 비슷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하면 당연히 좋은건 알겠는데 지금 당장은 급하지는 않은 것같아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느낌이다. 당연히 다이어트에 사활을 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업 또는 다른 중요한 일들에 밀려서 운동을 뒤로 미루고 만다. 과체중이 심각해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사람도 기존에 유지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운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뭐 당연히 과로가 원인이어서 퇴사나 휴직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운동과 다이어트라는 두 단어는 약간의 어감의 차이도 가지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긴 하지만 운동이 삶의 목표처럼 된 경우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다이어트는 항상 영어공부와 비슷한 빈도로 새해가 되면 대다수 사람들의 제1 목표가 된다. 그렇지만 그걸 이룬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성공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만 매체에서 접할 수 있다. 왜 우리에게 운동이 '칫솔질하기'처럼 당연시되지 않는 걸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칫솔질이 죽기보다도 싫어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칫솔질을 안하면 치아건강을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듯이 운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안하면 생존의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아니 어쩌면 아는 데도 아는 사람들의 설득방법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 운동의 중요성을 아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운동은 선택사항인 줄로만 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체육활동을 입시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너도나도 빼먹는걸 당연시하는 걸까. 아이들이 입시때문에 체육을 안하겠다고 해도 선생님들이, 부모들이 그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혀 좋은 게 아님을 아이들에게 설득해야 마땅한건 아닐까. 내가 학교 다녔을 때 우리에게 그런말을 해주던 어른은 한 명도 없었으니 그들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중고등학생 때를 기억해보면 운동은 정말 사치에 가까웠다. 학생 신분에서 공부가 우선이지 운동이 우선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맞았던 걸까? 나는 중학교시절부터 허리가 아파서 카이로프락틱인지 뭐시기에 부모님 돈을 갖다부었을 정도였다. 앉아서 공부만 하던 중학생이 허리통증때문에 앉아있기가 힘드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다른 곳에서 해결이 되었다. 대학교 시절 1년간 휴학하면서 운동을 했는데 그 때 생긴 근육덕분에 허리통증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참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건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아이들에게 다이어트가 우선이라고 인식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조차 그 차이와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설득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는 영어로 식이를 뜻하는 단어다. 정말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식이를 조절하면서 운동을 병행한다. 그게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미적인 변화를 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위한 약이니 장을 비우는 약이니 지방을 태워주는 차니 이런 것들이 판치는 거다. 우리는 미를 추구하기 전에 건강을 위한 운동부터 해야한다. 속이 안좋고 몸이 안좋아서 여드름이 나는데 피부과만 가고 화장으로만 가리는 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운동을 해야하는 걸까. 칫솔질처럼 일상이 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운동이라는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일상 습관이 되어야 한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이는 그런 게 운동이 되어야 한다.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보상을 나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게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꾸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같은 걸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한 3개월 빡세게 하면 몸이 날씬해지겠지. 그럼 다시 평소처럼 여유있게 퇴근 후 쉴 수 있어'라며 말이다. 그런데 그거야 말로 힘든 길을 스스로가 걸어가는 것이다. 그냥 대단한 걸 한다는 생각도 없이 하루를 보냈는데 몸이 건강한게 편하지 않을까. 1년 중 3개월은 올림픽 선수가 훈련하듯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나머지 9개월은 잠시동안의 편안함과 다시 몸에 대한 스트레스로 보내는게 훨씬 행복하다면 어쩔 수 없다. 다이어트라는 단어자체가 사람들에게 잘못된 건강 접근법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이어트관련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다이어트때문에 소비하는 시간과 돈만 아껴주어도 개인에게 상당히 많은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고, 휴식을 더 취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더 멋진 일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텐데 그걸 다이어트라는 거대한 인생숙제가 우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꼭 미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은 사람뿐만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면 우린 처음부터 모든이에게 공통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인생 전반에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혀야한다. 거창하게 전국민 운동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저 칫솔질과 같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운동이 자리잡아야한다는 것이다.
일상이 되려면 꾸준한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습관으로 자리잡으려면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같이 습관의 위대함을 말하는 책을 읽어봐야 한다. 습관의 위대함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의 유년기 시절 허리통증은 없었을 것이고 부모님의 노후자금도 지금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공부가 엉덩이 싸움이라고 말하며 얼마나 오래 책상에서 공부하냐고 교육계는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얘기해주길 바라는 건 어쩌면 어리석은 걸지도 모른다. 운동과 식이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는 어른들이 또다시 그걸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게 비지니스를 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다시 문제가 반복되는 걸 손놓고 바라보고 있는건 아닐까. 단순히 걷기가 좋다는 걸 직접 알게 되어 너무 기쁜 나머지 글을 쓰다가 너무나도 큰 범위의 문제를 건드려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은 이어져있고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확장된다. 운동, 건강, 다이어트라는 거대 비지니스, 교육, 시간, 돈, 노후, 의료, 음식, 농업, 땅, 기후,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라는 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인 한 명의 어른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야겠다.
'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거 나만 이렇게 힘든걸까요? (0) | 2019.06.26 |
---|---|
아이와 온갖 과자 (0) | 2019.06.25 |
뭐라고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지만 (0) | 2019.06.18 |
감정 소모하게 만드는 것들 (0) | 2019.06.17 |
젊은 꼰대짓해서 미안해 (0) | 2019.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