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3 일 고3
어제 만준이 수업이 끝나고 노원문고에 혼자 들렀다. '웨하스 의자'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마을문고에 새로 구입될 때를 못참고 달려간 것이다. 예전에도 노원문고에 의자가 있었나? 여하튼 '웨하스 의자'를 바로 집어 읽기 시작했다. 여유있게 책을 볼 시간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도 저녁 시간을 놓칠 수야 없지 않겠는가!) 다음에 다시 빌려서 느긋하게 볼 생각으로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빨리 읽어서 느긋하게 읽은 것보다는 덜하겠지만 역시나!라는 마리 나왔다. 일본 문학은 (그것도 에쿠니 카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문체가 아름답다.(문학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읽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느낌이랄까. 번역서보다는 원서의 감동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겠거니해서 교보문고에 갔을 때 '키친'을 찾아봤으나, 역시 일본어를 안본지 오래라 어렵다 역시... 특히 한자가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거기에다가 세로로 쓰여 있으니 독파하려다 포기하게 되진 않을까 겁부터 난다. 그래서 결국 포기했지만 일어를 다시 갈고 닦은 후에는 도전해 보려고 한다. 아, 다시 '웨하스 의자'로 돌아오자. 왜 웨하스 의자인가했더니 어릴 때 웨하스 과자로 의자를 만든 적이 있단다. 의자는 분명히 의자인데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말이다. 음...어렵다. 어려워... 뭘 말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설명하라면 못하겠지만 마음속에는 그 울림이 닿았다는 건 내가 그 말을 이해했다는 것일까.
나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일분 일초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건 서로에게나 부담이고 구속이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이 좋은 것이다. 내 개인 생활이 상대방으로 인해 방해가 된다면 그건 오래 지속할 수가 없는 관계인 것이다.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곁에 있고 싶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나에게 있어 내가 가장 소중하다.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나도'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얼마나 우스운 짓인가. 그런 감정을 동시에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예의상 답례한 것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을것이다. 사랑해라는 말은 자주 할 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한없이...' 밥먹었어?'보다 더 일상적인 말이 되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말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지금 나에게 이런 낯간지러운 것들은 필요없다. 아직 애한테 무슨 사랑인가. 한심하기도 하지...
지금의 나)와우, 정말 시니컬했군. 하긴 이 때는 진절머리날만도 하다. 그 때 많이 힘들었지?
아 맞다. 이제 좀 내 얘기보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얘기만 지껄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남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얼마전에 여자 친구들끼리의 대화(나도 포함해서)에서 문득 서로 자기의 말만 하려고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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