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를 예민하게 하는 것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인 잠에 대해서다. 아이 재우기가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나에게 첫째 재우는 시간은 별로 즐거운 시간이 아니다. 둘째는 눕히면 바로 자서 신경쓸일이 없어서 너무 감사하지만 첫째가 잘 때까지의 시간이 10분에서 1시간이상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오늘은 낮잠을 늦게 잔 첫째가 좀처럼 밤에 잠이 들지않아 너무 힘들었다. 참을 인자를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 했는지 모른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을 다스리며 나는 아이옆에서 자는 척을 했다. 아이가 작게 혼잣말하는 소리, 손으로 침대머리를 만지는 소리, 나를 재우는 시늉하며 토닥이는 소리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만약 집이었다면 그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이 재우는걸 남편에게 맡기고 밤산책을 나갔을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친정이 있는 남해다. 내가 나가면 첫째는 엄마를 찾으며 울것이고 그 소리에 잘자던 둘째는 자지러게 울것이다. 결국 나는 서울집이라면 가능했던 게 이 곳에서는 불가능함을 알고 더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화가 났다가 이러면 안되는데 했다가 다 엎어버릴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피곤해하던 아이가 낮잠을 3시에 자고 7시까지 푹잤는데 다시 밤에 잠들기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도 생겼다가 말았다가 했다. 나는 잠과 관련된거면 예민해진다. 내 개인 시간이 뺏기는 것도 힘들고 내가 졸릴때 아이가 안자고 나를 만지거나 소리를 내면 날카로워진다. 남편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잔다는데 나는 그런 소리가 나는데도 쿨쿨 잘 잘 수있는 남편처럼 무디지 않아 힘들다. 아이가 칭얼거려도 잘자는 남편이 부러울때가 있다. 그러면 나도 수면부족이 덜할텐데. 나에게는 아이 재우기가 가장 고역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맡기고 도망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요새는 내가 하도 힘들어해서 재울 준비가 끝나면 남편이 먼저 말한다. 산책하고 오라고. 그런 경우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아이가 잘때 함께 있어주지 않는 이기적인 엄마’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붙는 것만 같다. 이 타이틀은 사회가 나에게 붙여준걸까. 아니면 나 스스로가 나를 옭아맨걸까. 잠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알고 있다고 믿는 나는 잠과 관련된거면 예민해진다. 그래서 아이의 잠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육아의 첫단추라고 믿을만큼 너무나도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다. 7개월 둘째가 새벽에 한번씩 깨서 요새 나는 항상 수면부족상태다. 그럼에도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아서 더 초조하다. 이러면 위험하겠다싶으면서도 나를 성장시키기위한 노력마저 못하고 있다면 더 미쳐버릴거같아 더 발악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맛있는 음식, 흰 침구 위에 떨어지는 햇살, 아이들의 웃음, 남편과의 진솔한 대화, 정돈된 집안, 영감을 주는 공간들, 햇살좋은 날에 하는 산책, 푸르른 나무들, 촉감이 좋은 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수다,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 컵에 가득 들어있는 미지근한 물, 아빠와 나누는 다방면에 걸친 토론식의 대화, 엄마에게 털어놓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햇살좋은 날에 밖에서 하는 나들이, 적당히 단단한 우리집 침대 위에서 자는 낮잠, 나 혼자만의 시간에 시간에 쫒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여유, 혼자 서점에서 아이쇼핑하며 책읽는 1시간반 동안의 시간, 체력을 높이려고 한 걷기인데 막상해보니 오히려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생각치못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밤 산책시간, 남이 해주는 모든 밥, 영감을 주는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짜릿한 순간, 집에 있는 것들로 내가 원하던 걸 만들어내는 순간, 시간 걱정없이 누워서 책읽는 시간, 뽀송하게 마른 세탁물들의 촉감, 발에 딱 맞는 러닝화를 신을때, 집안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꿔가는 순간 등등 이 중에 한가지에 대해 쓰려니까 뭘 써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모든것이 '매일매일' 반드시 일어나는 일들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 매일매일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매일매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럼 매일매일이 기쁜 날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좋은 날은 더할나위없이 기쁘겠지만 날이 흐린 날이면 내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비오는 날도 나름 좋아하지만 비오는 게 아니라 흐리거나 햇살이 쨍하지 않아 집안으로 환한 빛이 들어오지 않는 날은 나의 기분이 최상으로 좋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쭉 훑어봤다. 그러다가 매일매일 빼놓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2가지 찾았다. 아이의 웃음과 물이다. 그 중에서 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와 물이 친해진 건 좀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원래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물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었다.그러다가 물을 많이 마시게 된 계기는 나의 변비때문이였다....(부끄...지금은 없어졌다...) 변비때문에 아랫배가 더부룩했고 변을 못보면 기분도 나빴다. 그래서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변비탈출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화장실에 간날은 달력에 표시해놓고 그렇지 못한 날은 바로 알 수 있게 시각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매일매일 체크를 하고 싶어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물을 좋아했던건 아니라서 한컵을 마시기도 힘들었다. 맹물의 맛이 역겹고 비리고 힘들었다.보리차만 마시다가 보리차는 여름에는 금방 상해버리기도 하고 매번 끓어야하는게 번거로워서 어느 순간부터 생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생수가 맛있게 느껴진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나는건 물을 많이 마셔야겠다라는 마음보다 변비를 없애고 싶다는 더욱 강력한 동기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어느 순간 달력에 표시하는 게 의미없어질즈음에 나는 변비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다. 거의 항상 쾌변을 했고, 심지어 임신을 하면 먹어야하는 철분제때문에 변비에 걸릴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빈혈이 있어서 철분제 먹는 양을 늘렸는데도 임신기간동안 항상 쾌변을 했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께서 복받았다며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다 ㅋㅋ) 이 습관이 굳혀진게 10년이 넘으니까 나에게는 물을 마시는게 굳이 운동처럼 '해야한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내 생활의 일부고 물을 많이 못마시면 금방 갈증이 나서 불편하다. 그리고 차가운 물보다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이 몸에도 더 좋고 갈증을 더 잘 없애주기 때문에 나는 여름에도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신다. 차가운 물을 마시면 치아도 놀라고(나는 맛있는 걸 오래 먹기 위해 오복 중 하나인 건치를 아주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위도 놀라는 느낌이 들어서 속이 편한 따뜻한 물이 너무 좋고 맛있다. (늙은이같지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 눈뜬 편이다. 건강하게 오래살면서 즐거운거 다 누리고 싶어서 그렇다 ㅋㅋㅋ) 그래서 음료수도 거의 안마시는 편이다. 나에게 음료는 물이면 충분하다. 다른 음료수를 마시면 갈증이 더 나서 수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더 그런거 같다.(실제로 이뇨작용으로 수분을 배출하는 음료수들이 많기도 하고) 가끔 콜라를 마실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피자나 치킨, 햄버거를 먹을 때 같이 안먹으면 허전해서 마신다. (맛의 궁합은 언제나 중요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에 대한 주제인데 너무 심심하게 '물'에 대한 이야기라니 김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삶을 심플하게 만들고 싶다. 가장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복잡하게 많은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삶,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 내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왜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물마시는 습관이 글쓰기와 더불어 나의 자기효능감을 올려준 대표적인 사건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물을 마실 때마다 항상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원하던걸 꾸준히해서 나에게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뿌듯함, 작은 성공의 경험이 나를 기쁘게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예민해하고 기쁘게 느끼는 것이 잠과 물이라니 기본적이어도 너무 기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걸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기본을 중요시하는 삶은 내 가치관의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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