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제약 없는 삶을 상상해보려고 한다.
먼저 돈이 많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했을 때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니 좋지 뭐.'라며 그저 현재의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삶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돈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겠지만 일단 나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 돈이 많으면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집을 살 겁니다. 매일 산책하면서 보던 집입니다. 그곳에서의 생활까지 늘 머릿속에서 상상했어요. (이때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에 어느 정도 규모의 집이라는 것도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집에 실제로 부모님과 함께 공인중개사에게 내부를 보여달라고 해서 갔었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상상이 가능했다. 나 혼자 가면 상대 안 해줄 것 같아 부모님과 같이 간 거고 물론 지금의 나는 그걸 지불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당당하게 살 것처럼 구경하고 나왔다.)
- 그다음은?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X를 살 겁니다.(팔콘 윙 위잉~~~~~하얀색 모델 아주 이쁘어...)
- 그다음은?
매년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여행비용을 따로 빼놓을 겁니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으로요. (어떤 나라에 가고 싶은지,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을 때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개인적으로 하와이에 또 가고 싶고 매년 추운 겨울날에 하와이로 한 달 살기 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도시들로 미식 여행을 갈 거고 포르투갈에도 갈 것이다. 나의 여행의 목적은 햇살과 음식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사람들.)
- 그다음은요?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연금처럼 매달 나오게 할 거예요. (금액을 대략적으로 따져보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월급이 제한되어 있지만 제약이 없다면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할지 다 따져보는 것이다.)
- 그리고요?
아이들 교육비, 대학 등록금, 필요하다면 유학자금 등등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할 때 집과 결혼 준비에 필요한 것들도 다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 그런 다음에는요?
양가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더 연세가 드셔서 돌봐드려야 할 때 자식 된 도리로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 그리고요?
양가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거나 필요하신 것들을 다 해드릴 수 있는 돈을 따로 통장에 빼놓을 겁니다. (평소 생각만 하고 못 해 드렸던 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 매달 건강보조식품이나 견과류를 보내드린다거나, 1년에 한 번 함께 여행을 간다거나, 스파에 보내드린다거나, 옷을 선물한다거나, 식사를 함께 한다거나... 이 모든 걸 구체적이고 어느 정도 빈도로 하고 싶었는지 다 생각해보고 금액도 적어본다.)
- 그리고 나서는요?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다 살 겁니다. (책을 매달 몇 권씩 산다든지, 피규어를 모은다던지, 매주 꽃을 나에게 선물한다던지, 나만의 드레스룸을 멋지게 꾸민다던지... 사람마다 다를 테고 정답도 없다. 이거야 말로 내가 진짜 돈으로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철저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질려서 더 이상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을 정도로 원 없이 다 적어야 한다. 나는 사실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이어서 그렇게 이 부분에 길게 적을 정도로 쓸 게 많지 않은데 개인적으로 미식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고, 신선하고 맛있는 세계 각국의 식자재와 패브릭을 살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을 미니멀하고 세련되게 꾸미고 관리하는 데에 돈을 쓸 것이다.)
- 그리고요?
................
- 그다음에는요?
이렇게 끝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했을 때 분명히 막히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일 때도 더 쥐어짜서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필요한 것은 뭘까. 내가 더 가지고 싶은 것은 뭘까. 내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계속 질문했을 때 내 삶이 이미 충족되어서 더는 바랄 게 없을 때, 그때부터가 진짜 질문의 시작이다.
내가 원하는 걸 다 이루었을 때 그다음에는 뭘 원하는지 나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어떤 이는 미혼모를 돕는 재단을 만들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나만의 회사를 만들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이 부분에서 원하는 게 없고 그저 하루하루 신나게 돈을 쓰면서 놀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돈걱정 없이 그냥 놀고 싶다는 대답도 막연한 대답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욕망을 바로 보지 않고 그저 '그냥'이라는 말로 회피하는 것이다. 그냥 놀고 싶다거나 매일 책을 읽고 싶다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정말 매일 그럴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에서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요새 업데이트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공교육에서 글쓰기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글쓰기 전도사인 나지만 전 국민 상대로 모두가 글쓰기 러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자기의 가능성을 잘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익이 나는 형태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는 반면에 사교육의 형태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앱을 만들어서 광고수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용자인 아이들에게는 비영리로 진행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모토로 모두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잘 매듭지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부모님 자서전 만들기 프로젝트가 더욱 퍼졌으면 좋겠다. 기억의 책 '꿈틀'이라는 기업에서 '인생락서'라는 앱으로 자서전을 만들 수 있는 포맷을 만들었다. 그런 형태의 프로젝트가 널리 퍼져서 부모세대와 우리 세대의 갈등이 줄어든다면 개개인이 더욱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건강한 식자재 공급/생산율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식량 공급률이 120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27프로?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얼마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우리 먹을 것도 없어 안 팔아' 그렇게 나온다면?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 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을 것도 위협당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언제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매우 현실적인 일인 것만 같다.
- 제로 에너지 하우스에서 살고 싶다
태양광, 태양열, 그 외 대체에너지들을 쓰면서 ESS(Energy Storage System)로 에너지를 저장해서 한전에 되팔고 싶다. 그리고 전기가 끊겨도 자체적으로 발전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마을을 만들고 싶다. (이탈리아나 스웨덴의 한 마을처럼) 그래서 영화 파밍 보이즈의 유지황 대표가 만든 '팜프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 X 등등 여러 프로젝트를 하는 엘론 머스크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다. 나의 엘론 머스크에 대한 사랑은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다
그림을 글 쓰듯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되고 싶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에 망설임이 크다. 선하나 그리는데 참 고민을 많이 한다. 어릴 때는 참 자유롭게 그렸었고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그 두려움을 버리고 싶다.
-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짐이 많다는 건 마음도 무겁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살고 싶다. 무소유로 지내고 싶다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소중히 다루면서 잘 손질하면서 살고 싶다는 뜻이다. 물건만 쌓아두고 사람이 사는 게 아닌 물건들에게 공간을 빼앗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 1인 기업으로 경제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글쓰기, 디자인, 번역/저작권 에이전시, 양질의 일자리 아웃소싱, 개발자 등등으로 어느 한 회사에 묶여서 9 to 6로 일하는 게 아닌 내가 기업이 되는 경제활동을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하고 싶다. 그게 내가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일이고 나라는 사람이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렇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완벽한 노후계획이다. 모아놓은 돈을 써가며 휴양지에서 쉬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일과 휴식이 경계가 없는 활기차고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꿈꾼다.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매우 피로도가 높고 지쳐서 생각하기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놀고 싶다가 아니라 그 순간을 리얼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돈걱정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아침에 무엇을 먹고 그다음에는 옷을 입고 무엇을 하러 나갈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나의 이런 순간들을 누릴 것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VR 체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적어야 한다. 그리고 내 욕망과 마주해야 한다. 내가 진짜 뭘 원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왜 버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내 삶을 그저 흘러가게 하는 걸 멈추고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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