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화가 왔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돌보시는 할머니께서 손녀가 걱정이 되어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지금 20분씩 문제풀이하는 학습지같은걸 6개월째 시키고 있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거였다. 아이는 책읽는 걸 별로 안좋아하고 받침을 자꾸 틀리는게 걱정된다고 하셨다.
어른도 자꾸 틀린 걸 지적하면 싫어하고 결국 안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남편이 설거지를 한다. 근데 옆에서 지켜보니 물도 너무 세게 틀어놓는 것 같고 뽀득뽀득하게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내인 나는 이것저것 '남편을 위해' 말을 해주기 시작한다. 그랬더니 남편은 그 말을 듣고 고맙다고 고치기는 커녕 시무룩해 하거나 짜증을 내더니 '그럼 당신이 해'라며 설거지를 멈춘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것도 하다보면 실수할 때가 있는데 원래도 잘 못했던 걸 자꾸 지적하면 흥미마저 없어져 버린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우리는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나는 '어른'이고 이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내가 어른으로서 자꾸 알려주고 잘못된 걸 바로잡아줘야한다는 강박관념같은데 무의식중에 있는것이다.
아이가 받침을 자주 틀린다면 그때는 이미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에 있을 것이다. 학습지도 억지로 하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아이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그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본다.
그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싫은 건 어떤 것들인지 물어본다. 왜 싫은지 물어본다.
받침을 안틀려야 되는 이유보다 글자는 '약속'이라는 걸 알려준다.
예를 들어 나라별로 손가락 제스쳐가 다른 뜻을 의미하듯이 받침이 틀리면 다른 뜻으로 오해할 수도있고 잘못 전달될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자꾸 틀리는 받침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고치기 보다 왜 헷갈리는지 뭐가 답답한지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것과 연관시켜서 자주 틀리는 받침을 잘 기억할 수 있게 예시를 만들어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흥미가 생기는 건 당연한거다. 자주 틀리는 것에 연연하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니 길게보고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게 우선이다. 그렇게 하면 하지말라고 해도 자기가 알고싶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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