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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쓸모없는 일을 할 자유

나는 계획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계획을 세우면 일단 안심이 된다. 내가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쓸모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함이다. 우리는 항상 뭔가 쓸모있길 바란다.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도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나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쓰기가 하나둘 모여 나에게 뭔가 의미있는 결과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쓸모있는 일'만'을 하려고 한걸까. 어린 시절 내가 흙파고 놀 때는 그게 나의 창의력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면서 삽을 쥔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미친 듯이 줄넘기를 했던 이유는 뭔가를 기대했던 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어서였다. 줄넘기 세계 챔피언이 된다거나 학교에 들어가면 체육 실기 시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선행학습(?) 겸 시작한 것도 아니었을테다.



쓸모없는 일은 하면 안된다고 언제부터 누가 우리에게 말한 걸까. 쓸모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판단하는 걸까.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더럽혀진 듯한 느낌이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자유는 언제부터 없어진 걸까. 우리는 효율성만을 쫓다가 쓸모없는 일을 할 용기조차 잃어버렸다.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해야겠다. 항상 어딘가에 제대로 쓰일거라는 기대가 시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는 성공적인 결과만을 추구한다. 노력이란 '하지 않았던 일을 억지로 해내면서 나를 채찍질하는 것'이라면 쓸모없는 일을 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아무것도 안하거나 쓸모없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인생을 이대로 낭비해도 될 것인지 끊임없이 물어오는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중하다는 이유로 나의 인생에 너무 많은 강박을 구겨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게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야할 내 인생에게 저지른 최악의 낭비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