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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파닉스를 굳이 배워야 할까? 아이 연령별 영어 공부법

나의 영어 공부와 아이들의 영어 공부는 달라야만 했다.
그건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고 별로 당황스러울 게 없었다. 나는 지금 실생활, 업무에 쓰이는 표현들을 외워야 했고 영어 원서를 많이 읽으면서 영어 글쓰기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듣기와 영상 노출, 그리고 영어 동화책 읽기를 '매일'해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공부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첫째는 지금 초1이고 둘째는 2살 아래인 5살이다. 둘째는 첫째보다 말하는 것도 다 느렸다. 첫째는 또래에 비해서 빠른 편이었고 둘째는 또래에 비해 느린 편이었다. 첫째는 만2돌부터 짧은 단어나 대화가 가능했던 거 같고 만3살쯤에는 유창하게 어린아이처럼 대화가 되었다. 반면에 둘째는 만4살이었던 작년부터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는 게 가능해졌던 거 같다. 

그러다보니 영어에 있어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게 오히려 둘째에게는 영어를 더 빨리 학습하게 되는 이점이 되었다. 둘째는 지금 한글도 자기 이름정도만 쓰고 거의 모른다. 선과 도형 수준으로 한글을 받아들이고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한글 책을 못 읽는 건 당연하고 2살 위의 언니나 엄마 아빠한테 읽어달라고 하거나 혼자서 그림을 보면서 책을 즐기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반면에 첫째는 지금 둘째 나이쯤인 5살이나 3~4살 무렵부터 한글에 관심을 갖더니 자기 이름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이름, 엄마 아빠 이름은 한글로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다가 혼자 한글을 떼버린것이다. (역시 자기가 궁금하면 속도가 장난아님.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궁금하고 하고 싶어야 하는 게 사람인거 같다)

그 때는 신기하기도 그냥 그런갑다 했었는데 이게 영어에는 큰 걸림돌이 될 줄 그 당시에는 몰랐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때 한글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첫째에게 영어를 더 많이 들려줬을 것 같다. 영어 동화책을 더 많이 읽어주면서 알파벳도 재미난 기호라는 식으로 알려줬을 것 같다. 왜냐하면 한글은 굳이 배우려고 안해도 결국 학교다니면서 알게 되니까 말이다. 
2년 일찍 한글을 뗀 첫째는 이제 한글책은 수월하게 읽고 동생에게 읽어주기도 하지만 문제는 한글 수준으로 영어가 안되니까 영어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한글처럼 조합하면 단어가 된다고 생각한 첫째는 알파벳을 아무것나 붙여서 이거 무슨 단어야?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내가 그건 아무런 뜻이 아니라고 말해줬을 때 아이의 좌절한 표정이란....ㅠㅠㅠㅠㅠ
 
그러다보니 영어책을 읽어줘도 그걸 영어로 빨리 한글처럼 읽고 싶어서 자기가 조급하고 답답해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영어에서 파닉스를 배우는게 정말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다른 책에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봤었고) 결국 읽게 되는 걸 굳이 할 필요도 없고 파닉스를 배워도 예외의 소리들이 너무 많으니 쓸모없는 것, 시간 낭비라고만 생각했었다.

물론 둘째에게는 파닉스를 가르칠 생각이 전혀 없다. 얘는 작년 10월부터 주1일로 다니기 시작한 영어 놀이터에서 처음에는 샤이하게 놀더니 갑자기 요새는 말이 안되는 영어로 혼자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영어 옹알이를 5살 때 시작한거다. 한글도 못뗀 아이에게는 영어가 흡수가 빠른건가보다를 둘째를 보면서 느낀다. 둘째는 가만히 냅두다보면 영어를 첫째보다 빨리 잘 하게 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드는 요즘이다.

둘째에게는 파닉스를 가르칠 필요성을 전혀 못느끼고 있는 나지만,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는데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첫째에게는 파닉스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닉스란(Phonics)? 

알파벳 글자가 가진 소리를 배워서 영어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 방법이다. Hat를 예로 들면 H는 흐, a는 애, t를 트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안 다음에 이것들이 합쳐지면 햍라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아이는 알게 되는 것이다.  
 
근데 영어를 '공부'처럼 접근하는 건 너무너무 싫었다. 내가 중1 때 처음 시작한 영어가 지금까지 미련으로 남은 것처럼 공부로 시작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마음이 강하게 있었다. 
 
근데 책을 좋아하는 첫째에게는 파닉스 규칙을 배우고 쉬운 문장은 스스로 읽게 되는 뿌듯함을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야 자기효능감도 생기고 혼자 책을 읽고 모르는 건 들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고 선순환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영어 프로젝트, 초1 아이 파닉스(절대 공부로 느껴지지 않게) 놀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이가 혼자 쉬운 영어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덜 힘들고 아이도 혼자 영어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진행 과정, 좌충우돌 도전기를 여기에 기록해놓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