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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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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이 모든 시간을 지배할 때 이름처럼 31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짓수를 가진 아이스크림 중에 굳이 슈팅스타를 먹는 이유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감각이 재미있어서다. 내가 이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좋아하는 건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이 감각이 즐거워 맛있게 느껴지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 아이스크림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매번 짜릿하다. 그래서 다른 아이스크림도 먹어볼까 하다가도 결국 슈팅스타를 먹고 나서야 만족한다. 나는 언제나 이런 '톡톡 튀는' 순간들을 찾아 헤맸다. 그런 요소가 없다면 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나를 숨 쉬게 해 주었다. 사람마다 찾아 헤매는 것들이 제각기 다를 것이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하거나, 새로운 모험을 찾아다니거나, 나의 ..
'이걸' 모르면 이젠 위기다 로그인을 했는데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화면이 떴다. '새 비밀번호 설정을 하십시오' 새 비밀번호를 설정하라는 메시지가 뜨면 짜증부터 난다. '누가 내 계정을 해킹한다고... 뭐 숨길 것도 없는데 왜 자꾸 비밀번호를 바꾸래...'라며 귀찮다는 마음부터 들었다. 내 계정이 해킹당할 확률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별로 위기의식을 느낀 적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비밀번호를 여섯 자리 숫자로만 지정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게 되어버렸다. 보안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회원가입을 진행할 수조차 없다. 그렇게 일상에서 우리의 짜증도 늘어만 갔다. 그런데 '벌거벗은 통계학'에서는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정보를 나에게 속삭여주었다. 여섯 자리 숫자로만 비밀번호를 설정한 경우 10을 6번 곱한 100만 가지 조합이 나..
판돈을 키우세요 나는 간이 콩알만 하다. 그러니 친구들과 게임 삼아 돈내기는 하지 않는다. 간이 콩알만 한 이에게 '게임'삼아라는 건 없다. 즐겁거나 심심풀이가 될 수 없고 그냥 후덜덜 떨린다. 나의 돈을 걸든, 내 손가락을 걸든, 내 인생을 걸든, 그 무엇도 걸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뭔가에 올인하기가 늘 쉽지 않았다. ‘잠이야 저 세상 가면 푹 잘 터이니(?) 온 젊음을 바쳐 밤새서 불태워보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 정말 그래 볼까 하고 밤새고 새벽 첫차 타고 20대 초반을 보내다가 황천길 갈뻔한 나는 더더욱 겁이 많아졌다. 그 후부터는 건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 되어버렸다. 컨디션을 위해 숙면을 취하려고 하고 체력을 위해 걷기도 매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애늙은이처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나지만 안전함만 추구하기에는 ..
아무리해도 안변한다고요! 돈 공부를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나의 강력한 성장 욕구도 있었지만 돈 공부를 안 하면 성장은커녕 가지고 있는 걸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내가 돈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는 재테크라는 명목 하에 너도 나도 부동산 경매, 주식투자 얘기밖에 안 하는 주위 정보에 신물이 나서다. 나처럼 간이 콩알만 한 사람도 부자가 되고 싶은데 간이 콩알만 한 이는 부자가 될 수 없는 걸까? 내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개인용 제트기를 몰고 싶어서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고 싶어서도 아니다. 내가 일을 한만큼만 돈이 들어오는 구조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최 할 수가 없었다. 나의 경제활동은 내가 집에 있어도 가능해야 하고 지방으로 출장 가는 KTX 안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심지어..
잃을 준비되셨습니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한 중학생 아이가 있었다. 연봉 10억을 꿈꾸며 좋은 대학교에 가고 유학도 갔다 오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회사에 다닌다는 선택지밖에 머릿속에 없었으면서 연봉 10억을 꿈꾸는 것 자체가 현실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실력도 없는데 막연한 긍정을 가지고 살았던 나의 과거가 이젠 얄밉기까지 하다. 아니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의식적 노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언가'만 해댔으니 안쓰럽다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였지만 과거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일이었다. 그것조차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
이토록 영감을 주는 친구들이라니 내 삶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내 나이 또래답지 않게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하는 것 또한 나의 취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의 삶을 유심히 바라보고 나의 경우에 자주 대입해보곤 한다. 부모님은 5년 전에 은퇴를 하시고 남해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엄밀히 말하자면 따뜻한 봄, 여름에는 남해에서 생활하시고 추워지면 중국의 하이난에서 나머지 반년을 보내신다. 두 분이서 관리하기 편한 자그마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계시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만이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습한 곳은 엄마의 관절에 좋지 않아서 두 분은 따뜻한 곳에서의 생활을 선택하신 거다. 나 역시 내가 반년씩 남해와 하이난에서 생활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건강이 안 좋다면 ..
평균에 매몰되고 있는 우리들 평균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나였다.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하다, 사람의 한 가지 면만 봐서는 안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똑똑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우수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시스템에 의해 사회가 만들어낸 부분이 크다. 하지만 그걸 깨트리지 못하고 그런 사회 분위기에 일조했던 것 역시 나였다. 나야말로 이런 평균주의식 시스템에 애매하게 걸쳐진 사람이었다. 아주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시스템에서 이탈을 꿈꾸는 반항아도 되지 못했다. 그러니 애매하게 평균주의 사고방식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표준화된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성이 무시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 역시도 평균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서 교육에 있어 '자율 속도형 그룹'이 좋다고 생각하면..
Source code (2011) ​ 2012. 3. 21. 화요일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의 파급력은 얼마일까. 모든 독서는 오독인 것처럼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감상을 느끼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을 소중히 하고 기록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한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를 전율케 하고, 내가 인생을 마주하는데 아주 멋진 대안을 던져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건 없는 것 같다. 그게 비록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그 메시지를 전해받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SF영화의 놀라운 이야기 구성과 연출력에 감동하기보다 그 소중한 '메시지'가 이렇게 스릴 넘치는 허구의 이야기에 잘 숨겨서 세련되게 전달된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