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그런 일들을 부지불식간에 하고 있다. 사실 시간은 돈보다 더 비싸다.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데도 우리는 돈을 벌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시간을 더 하찮게 대하고 있다.
1. 최저가 검색, 쇼핑
쇼핑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길들여진 우리지만 가끔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살 수도 있다. 돈이 없어서 못사는게 아니라 돈이 있지만 다른 '소중한 것'을 위해 쇼핑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최저가의 물건이 핫딜로 뜨면 장바구니에 넣고 그 많은 물건 중에 필요한 물건도 있겠지만 핫딜로 뜨니 미리 사버리는 물건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단지 소비를 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슬퍼진다.
2. 포탈사이트 배회
네이버 기사나 그 외 포털사이트를 거의 자기집 현관처럼 들락날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네이버 앱을 누르는 게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것보다도 '너무나도' 자동적으로 손가락이 움직여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이런 습관들은 너무나도 굳혀지기 쉬운데 왜 좋은 습관은 잘 만들어지지 않을까.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환경설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을 안마시던 사람도 곳곳에 물을 가져다 놓는 것만으로도 물마시는 횟수가 늘었다고 하고 안좋은 습관은 안보이고 꺼내기 귀찮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앱을 바탕에 놓지 않고 깊숙히(?) 여러번 클릭해야 들어갈 수 있게 멀리 배치했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어떤 사람이 여러번 거쳐야하는 귀찮은 과정을 즐길 수 있을까. 귀찮아서라도 별로 누르고 싶지 않아진다.
3. SNS 배회
나는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가는게 아쉬워서 의식적으로 SNS를 1주일에 한번이나 그보다도 더 가끔한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꽤 많은 사람들이 바쁠텐데도 불구하고 SNS를 정말 열심히 하고 남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열심히 누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 쉬는 걸까. 일하거나 밥먹거나 SNS하는 시간만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창의성을 발휘해야한다고 하면서 창의력의 가장 큰 힘인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책 '심심할 수록 똑똑해진다'에서는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야 뇌가 잡다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고 얘기한다. 엘레베이터를 올라가는 몇 초의 시간조차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우리는 창의력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심심한 시간을 통해 뇌를 청소가 되고 그리고 서로 상관없을 것만 같은 정보들을 '연결'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말이다.
4. TV, 넷플릭스
TV채널만 돌리던 시대에도 우리의 시간은 순삭(순간 삭제)되었지만 요즘은 더더욱 엄청난 속도로 우리의 시간을 가져가는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쏟아진다는 것도 사실 적절한 표현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휘몰아쳐서 우린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렇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안보는 게 오히려 대단한 수행을 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영상물 덕후인 내가 신나게 나의 시간을 버려가며 많은 영상을 섭렵하다가 드는 생각은 허무함이었다. 물론 너무나도 재미있는 건 봐야겠지만 닥치는대로 보다가는 나는 평생 콘텐츠 '소비자'로만 머무르겠구나라는 공포가 엄습했다.
누군가는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루하루 가기싫은 일터로 끌려가듯하며 일하는 시간을 '버티면서' 보낸다. 그리고 퇴근 후의 시간만이 달콤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그 많은 정보들을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이렇게만 시간을 보낸다면 미래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것부터가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버리는 삶에서 내가 시간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삶으로 옮겨가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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