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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인되기

고통스러운 기억

사실 얼마전까지 나의 조급함때문에 고통스러웠었다. 그러다가 그런 감정이 정리가 되자 마음이 평온해져서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대한 글쓰기가 쉽게 되지 않을것 같았다. 그래서 조급함 외에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일을 쥐어짜서 생각해보니 하나가 생각나기는 하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잘 지내는 듯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턴가 열심히 일을 나가셨었다. 나의 중고딩, 그리고 대학시절까지 나는 나의 문제로 바빴기 때문에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OO화장품 방문판매일을 하셨던거같고 거기다 더해 무슨 주식인지 상품권인지 뭐시긴지 알 수도 없고 이해도 안되는 것들때문에 집에 난리가 났다. 아빠가 그 당시 바빠서 경제권을 엄마한테 맡기고 있던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엄마가 큰 돈을 손에 쥔 얼마간의 기간동안 엄마는 그 돈을 더 불리려고 했다가 잃으셨다. 아빠, 우리 아빠. 술 담배도 안하시고 평생 월급쟁이로 가족을 위해 돈만 벌던 아빠. 취미 생활같은 것도 없이 그저 돈만 버셨다. 그런 아빠의 수고를 날려버렸다는 생각에 엄마는 더욱 그 돈을 되찾아야한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돈을 넣다가 잃은거다. 그 일로 우리집이 휘청할정도로 잘못되지는 않았다. 집에 빨간딱지가 붙거나 이사를 가거나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리 집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그게 끝이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몇 년 뒤, 한 십년 뒤였나, 내가 취직하고 일을 할 무렵, 엄마는 내게 월급을 달라고 했다. 나는 독한 구석이 있어서 죽어도 못 준다고 했다. 그때 일이 아직도 뚜렷하게 생각나는데 참 슬프다. 엄마와 나, 여동생 셋이서 한옥 찻집에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그런 얘기를 꺼냈다.  지금 돈이 부족해서 일단 넣고 그럼 바로 더 불려서 돌려준다고. 그곳에서 큰 말싸움이 날 뻔할 정도로 우리의 데이트는 엉망이 되었다. 독한 나는 끝까지 안준다고 했지만 마음 여린 동생은 학생신분에 얼마없는 용돈 몇십만원을 엄마한테 싹다 바쳤다. 엄마가 자꾸 말해서 피곤해서 그냥 준거였을 거다. 엄마가 돈을 준 건 이모에게였다. 지금은 이모라고도 안부르고 만날일도 없고 사실 죽이고 싶은 인간이라 여기서 글쓰면서도 역겨운 기분이 든다. 그 인간은 허모씨에게 빠졌었고 무슨 가짜서류를 만들어서 대출을 받고 그 돈으로 뭔 사업을 하겠다며 엄마를 꼬셨다. 가짜서류를 만드는데 필요한게 500만원이라 했다. 엄마는 우리는 잘 살고 있는데 고생하는 자기 언니가 너무 안쓰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뭔가 도와주면 언니 인생도 다시 잘되고 그럼 다시 예전에 엄마가 잃은 아빠돈도 만회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에서 자기 언니를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하기 정말 싫다. 엄마는 나에게 울면서 빌었다. 돈을 달라고. 자기 언니좀 살려달라고 나도 살려달며 빌었다. 엄마가 딸인 나에게 울면서 비는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독하디 독한 나는 엄마의 눈물을 보고도 돈을 안줬다. 준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내 코딱지만한 월급마저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었으니 나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이모라는 인간을 너무 안쓰러워해서 차라리 내가 그 인간 재정관리를 해주겠다고 내가 말했다. 나는 코딱지만한 월급으로도 할거다하고 저축도 하는 재정관리왕이었으니 자신이있었다. 그 인간은 어떻게 돈관리를 했길래 빚도 있고 그 꼬라지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퇴근길에 이모라는 인간과 동업자라는 인간도 만나기로 했다. 근데 만나기 10분전인가에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동업자랑 이모를 만나지 말라고 했다. 나한테 해코지할까봐 엄마가 겁이나서 나보고 역을 지나쳐서 내리라고 했다. 그렇게 그 인간들을 만나지 않았고 엄마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딸들한테 내가 무슨 짓인가 싶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여차여차 아빠랑도 의논하고 이런저런 일있고나서 엄마는 다시는 안그러겠다 하셨다. 하지만 나에게 그때의 사건들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내가 모든 엄마들이 월10만원을 벌든 자신만의 일은 꼭 해야한다고 강박관념을 가진게... 전업주부로 행복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연결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고 비상금이라도 가지고 있어야지 후에 이상한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을거라고....요새 얼마나 비상식적인 사기나 다단계가 많은데...그런거 걸리는 사람이 바보라서 그런게 아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없어서 그 어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엄마들이 피해보고 그 가족들이 피해보는거다. 이 고통은 나의 1인기업으로 경제적 자립이 해결되어도 없어지지 않을 것같다. 모든 엄마들이 행복하게 자기의 일을 갖고 청년들의 일자리도 많아져야 풀리는 문제일거같다. 사기치는 인간들은 바퀴벌레같아서 그 어떤 사회에도 계속 존재할테니 내가 박멸할 수는 없을거다. 하지만 이 찝찝함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 쓰고 나니 다시 화가 난다.

훗날에 그 고통을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을 정리해봤다. 그 트라우마로 내가 1인기업, 경제활동에 대해 더 악착같아졌고 성공하려고 발버둥쳤으니 좋은 결과가 났다는 걸로 기억을 할 수 있을라나...그러려면 내가 잘되어야한다. 그저 그렇게 살만하다면 안된다. 내가 그 분노를 이용해서 글을 썼더니 인세부자가 되었다더라..뭐 이런 식으로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고통은 너무나도 내 가슴을 아프게 했구나 싶다. 훗날에 그 고통이 나를 이렇게 단단하게 했다라는 말은 솔직히 못하겠다. 안겪고 싶었던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