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5 고2 겨울
오늘 학원에서 오는 길에 달을 올려다보니 목이 아플 정도로 남중에 떠있었다. 거기에다가 달무리까지..내일 비가 오려나
지금의 나) 지구과학 쌤이 담임이었던만큼 지구과학 공부를 열심히 했었구나. 남중이라니. 달무리라니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 단어네...
계속 일기 쓸 소재를 찾지 못하다가 할일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노트를 펼쳤다. 얼마전에 본 NANA 11권! 유난히도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아 종이에 옮겨 적어 놓았다.
눈을 마주 보고 얘기하고 싶다.
가식없이, 누군가와 서로 마주 본다는 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눈을 피하면 지는거지.
난 지고 싶지 않아
- 세리자와 레이라
발버둥치면 칠 수록 가라 앉다니,
인간은 한심한 생물이지
-나나
그 어떤 역류에도 안간힘으로 버티는게 인생이라고, 난 생각했지만..
흘러가며 사는 건 그다지 바보같은 것만은 아냐.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나나
서로 사랑하기 위해, 어째서 주변의 승락과 증명서가 필요한거지?
인간사회는 성가시다
-나나
지금의 나) 이런 글귀를 좋아했으니 정말 중2중2했구나....
원시인가?
멀어질 수록 잘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가까이가면 놓쳐버리거든
-쇼우지
시간은 잃어버리고 나서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로 깨닫는건 언제나 다시 서로 마주쳤을 때였던 것 같아
-나나
이건 다른 곳에서 본 글...
- 내가 너를 사랑함과 같이 너도 나를 살ㅇ한다면
우리의 사랑을 도려낼 칼이 있을까
-J.R. 키플링
그리고 이건 에쿠니 카오리의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중에서
- 외로움만이 늘 신선하다.
- 비는 소염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 애정이란 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애정이 있기에 모든 것이 골치아파진다.
-화해는 싸움의 과정에서 가장 슬프고 절망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흠... 좋은 말이다.. 이런 글을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그 때는 또 다른 느끼미 들겠지?
요즘들어 '글쓰는 즐거움'을 안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물론 만화책도 말이다. 특히 'NANA'는...)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에 놀란다. 너무나도 놀랍다. 전율이 일 정도로 말이다.
글쓰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던 내가 가끔씩 쓰는 일기지만 펜을 드는 게 즐겁다니 대단한 발전이다. 놀랍다. 놀라워...
예전에는 안그랬던 것 같은데 최근들어 내 예전글을 읽는게 부끄럽다. 낯간지럽다고나 할까. 하긴... 감수성 예민해질 때마다 글을 썼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금의 나) 너도 낯간지럽고 그러니...응 나도 그래...십몇년 후의 보는 나는 어떻겠니...
아 맞다 잊고 안쓸 뻔했네... 막연하기만 했던 나의 미래가 서서히 뚜렷해지려 한다. 한의사하겠다고 난리를 친게 몇달 전이었는데... 건축, 인테리어 쪽으로 마음을 먹으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졸려서 나의 진로에 대해서 더 쓰고 싶은데 안되겠다. 요즘 잠이 많아져서 큰 일이다. 7~8시간을 자대니.. 참나..벌써 고3인데....걱정이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겠군.
지금의 나) 괜찮아. 고3이니 잠을 줄여야 한다는 게 이상한거지...잠만큼 중요한건 없단다. 그 때의 나에게 잠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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