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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경력단절이란 말을 쓰지 맙시다

<진짜 경력이 단절되었다 생각하시나요?>

 

 

 

 

 

물론 이해는 갑니다. 육아로 인해 회사에 다니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육아휴직이, 육아로 인한 퇴사가 정말 우리의 경력을 끊어낸 걸까요?

 

전 경력단절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육아를 하는 시간이 경력을 쌓는 것과 별개의 시간이라고 얘기하는 것일까요. 회사에 다니는 시간만이 나의 커리어가 탄탄해지고 그 외의 시간은 놀거나 쓸모없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면 과한 걸까요?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요새 뭐하고 지내?"

"아기 키우고 있지 뭐"

 

이 대화에서 어떤 뉘앙스가 느껴지시나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요?

 

저는 왜 육아하는 일을 스스로 낮춰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까요. 더 심하게는 집에서 논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본인은 사실 정말 놀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자기가 자기를 낮춥니다.

 

이건 어쩌면 개인 탓이 아닙니다. 사회분위기 탓이 클 겁니다. 하지만 사회분위기 탓만 하면서 나는 그 환경에 그대로 적응해버렸다면 나 역시 그 사회분위기가 바뀌지 않도록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육아가 얼마나 중요하고 쉽지 않은지 본인이 가장 알고 있으면서 육아하는 시간을 내 경력이 '단절'된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 과연 좋은 걸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서 작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고, 부모님의 노고를 다시금 깨닫고, 아이가 자라날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걱정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나 혼자 살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이 보이게 된 일이 말입니다. 이건 아무리 책을 읽고 다큐를 봐도 직접 내가 경험에 보기 전에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던 감정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 대해 배우고 사회에 대해 배우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고 '나'와 처음 진실되게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이런 게 힘든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원했던 사람이구나, 나는 이걸 행복이라고 느끼는구나라고요.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나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내 삶에 주체적인 사람들을 말입니다. 미리 겁부터 먹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분노를 만들고 억울함을 낳고 삶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으로 남습니다.


저는 육아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봤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내 일을 계속 할 수는 없을까? 왜 육아와 경력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거지? 왜 둘 다 얻으려고 하면 독한 사람 취급을 받는 거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습니다.

 

내 경력을 육아와 맞바꿨다고 생각한 부모는 그 목마름을 아이에게 풉니다. 아이 인생은 나와 같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살기 힘들지 않기 위해 해 줄 건 뭐든 다 해줘야 한다 다짐합니다. 해줘야 할 건 다 해줘야지라는 말의 그 실체가 무엇일까요?

 

그 실체는 각자 부모의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욕망과 목마름이 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나에게 공부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아 분했던 사람은 자신의 아이만큼은 유학을 빚내서라도 보내려고 합니다. 어릴 때 맞벌이셨던 부모님 때문에 외로웠던 나는 내 일보다 아이와의 시간을 우선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24시간 있어주고 놀아주는 것이 아이에게 최고의 행복일 거라 믿어버립니다. 자신의 기준으로요.

 

오히려 전업주부셨던 어머니 밑에서 사회생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나는 아이에게 목매는 부모가 되지 않기로 마음을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아이와 잠시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오히려 관대합니다. 아니 그게 나와 아이에게도 중요하다고 굳게 믿습니다.

 

어떤 육아가 올바른 육아일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자신에게 묻기보다 옆 사람을 보며 사람들의 대답을 자신의 대답이라 착각하며 삽니다. 불안하니 옆집이 뭘 하는지 알아야 안심이 되거든요. 옆집은 아니더라도 지금은 더 노골적으로 다른 이의 욕망을 들여다보기 쉬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SNS로 훔쳐보기 너무 쉬우니까요.

 

어떤 부모는 아이도 키우면서 뭔가 다 행복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더 지금의 내가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나도 그런 삶을 산다면 지금 같지는 않을 텐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 두 가지가 하루에도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어떤 감정이 이기는 경우가 많을까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경력단절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육아휴직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는 회사에 다니며 월급생활을 하는 것만이 경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 2~3시간만 일하고도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작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1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좀비 같은 직장인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 회사의 미래는 기대가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나를 희생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희생하며 소중한 시간을 무엇을 하기 위해 그 '경력'이란 걸 단절시키지 않으려고 우린 발악하는 걸까요.

 

힘든 육아를 하면서 멈추어서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단절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어땠으면 좋을지 우린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살아가면서 '성공'은 보장되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한 반드시 '성장'은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