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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비우기에 매료되었나 나는 왜 비우기에 매료되었을까. 왜 비우려고 할까. 더 많은 걸 채우기 위해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나는 언제부터 답답함을 느꼈던걸까. 비우기를 올해 목표로 삼게 된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영화 팜플렛, 향초, 캔버스, 스크린샷, 책, 냉장고, 옷 영화 팜플렛 :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초까지 심했던 것은 영화 팜플렛 모으기였다. 이미지를 모아 영화 후기를 쓸 때 오려붙이고 싶었고, 보고 싶던 영화는 후에 자세히 읽어보려고 차곡차곡 내 방에 쌓아놓았었다. 마치 겨울나는 동물이 곡식을 저장하듯 쌓아두었었다. 방 정리를 하면서도 팜플렛만큼은 계속 잘 버리지 못했다. 후에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많이 쌓여 책장의 한켠을 차지하게 되자 큰 마음 먹고 버렸다. 버릴 때도 통크..
자존감과 아이 자존감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거라는데 그게 나에게는 참 쉽지 않았다. 맘에 안 드는 부분 투성이인 나를 어떻게 '그래도 괜찮아' '나는 이대로도 충분히 멋져'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노력하는 만큼 원래의 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 돼버리니까. 그러던 나에게 묘한 감정이 생겨났다. 나의 반쪽을 만나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 나의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꼬물꼬물 조그마한 너의 손 아이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어떤 사람이 나를 이렇게까지 지긋이 쳐다봐줄까. 그리고 그 누가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따지지도 않고 이런 세상에서 가장 밝고 눈부신 미소로 나에게 웃어줄까. 흔히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최근에 그 생각이 바뀌..
100일 전과 달라진 나(100일 프로젝트 #03) 100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낸 결과는 아닌 것 같지만 최근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지금의 나는 100일 전보다도 좀 더 행복했고, 아니 너무나도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해서 신기할 정도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정리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그적거리고 있다. 내게 이런 감정을 준 시발점들은 관련 없을 것 같았던 엄마의 한마디, MBTI 검사, 그리고 명상 이 3가지였다. 그 첫 번째 시작은 평소와 다름없는 엄마와의 대화로부터 시작했다. 엄마의 한마디 하루는 엄마와 영상통화로 수다를 떨다가 두 돌이 된 아이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엄마, 나는 내가 아직도 아이 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기분이 좀 많이 이해가 돼. 그래서 우리 아이가 찡찡대고 칭얼대면 다그치기보다 마음을 공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세상의 수많은 '일'들에 경중은 없을 텐데 사람들이 그 경중을 은연중에 판단 내릴 때 슬퍼진다. 그 어떤 일도 하찮거나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일 텐데 사람들은 그 일의 시급이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중요도를 판단 내릴 때가 많다. 그중에 어떤 일거리는 중요하다고 말만 할 뿐 그에 따른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게 가사이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헤아려주는 일이다. 어떤 기사에서 가정주부의 연봉을 수치화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 역시 그저 수치화한 것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가정의 안위를 책임지는 그들에게 그 금액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대로 지불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본다. 배우자의 월급을 관리하니까 그게 대가를 받는..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면? 저는 지금 화가 많이 나있습니다.뭐부터 화를 내야 할지 손대기 어려울 만큼 화가 나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가 아닌 걸까. 지금까지 제대로 대응을 안 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 때 하나둘씩 나오는 제도들이 오히려 그나마(?) 감사하게끔 느껴지기도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나마'다. 저출산 관련 문제를 언급할 때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격하게 노령화가 되니까 그들을 부양할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금을 낼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비를 하자라는 식의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빨리 진행되고 있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장 빨리 세계에서 사..
분리된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가끔 시계를 보고 아차 싶을 때가 있다.몰두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인데 저녁 준비를 전혀 못했을 때다. 가끔 슬퍼질 때가 있다.아이를 재우다가 그냥 같이 자버려서 그날 밤에 나의 자유 시간이 날아가 있고 눈을 떠보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 있을 때다. 그렇게 나는 엄마인 나와 개인의 나 사이에서 항상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다. 아이가 아주 어렸던 만 1살까지는 아이만을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개인의 나는 가끔은 숨통 트이고 싶어 했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데 내가 아이를 위한답시고 내 기분을 억압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틈틈이 나에게 휴식을 주기도 했었다. 문제는 휴식만을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루고..
후회 없는 하루가 되려면(100일 프로젝트 #02) 실감이 안 난다. 100일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참 잘 잊어버리게 된다. 아 참 그랬지,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지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진다. 우린 행복해야지 행복해야지 하고 말하지만 어떻게 사는 게 '나에게' 행복한 건지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어떻게 행복하게 보이느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바보 같은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바보 같은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치자. 그러면 뭐가 나에게 좋은지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남이 부러워한다면 우쭐거릴 수 있고 내가 좀 더 우위에 선거 같아서 그런 기분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
자존감 도둑에 대처하는 자세 자존감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왔고 자존감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알려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걸 테니 말이다. 자존감이 언급조차 되지 않던 때에는 모두들 바깥에서 원인을 찾기 바빴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했었던 것 같다. 자존감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올라왔음에도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낮은 자존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이던 사람에게조차 자존감 도둑은 시시때때로 나타나니 말이다. 자존감을 높게 유지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자존감 도둑은 생판 모르는 이로부터 시작해서 별 관심 없지만 자주 마주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