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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의 행복한 아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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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프로젝트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라 내 안위가 가장 중요했고 아버지는 당신의 인생을 너무나 잘 보내시는 분이기에 걱정할 게 없었다. 아버지와 나의 대화는 저녁을 먹는 동안에 주로 이루어졌다. 그냥 대화는 아니고 어떤 주제에 꽂히면 논쟁처럼 되거나 내가 분해서 일방적으로 씩씩거리며 울다가 아버지가 그만하자는 말을 꺼내면 끝이 났다. 사실 그만하자고 하면 내가 바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었고, 내가 울었기 때문에 이 논쟁을 끝내는 건 안된다며 나는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고 물고 늘어질 때도 많았다. 나는 아버지와 대화할 때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뭔가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이 논쟁에서 진 ..
경력단절이란 말이 너무 화가 납니다. ​ 며칠 전에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와는 1년 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전화통화도 하며 서로 응원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분이 만나자고 해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매우 슬픈 감정이 되어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인사이트와 근황에 대해 공유하던 중 경력 단절된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본인의 추가 사업에 그분들을 고용하면 일자리 창출도 하고 좋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 대표님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고 사실 그대로 말씀하신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저 역시도 경력단절 여성이었습니다. 서로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육아를 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사람..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거 나만 이렇게 힘든걸까요? ​ 육아하면서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난 그 중에 정말 힘든게 책읽어주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이에게 책읽어주는 게 즐거운 분들이 있다면 찾아뵙고 내공을 전수받고 싶을 정도다. 아이에게 한글을 일찍 가르치거나 영어 조기교육에는 흥미도 없고 부작용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그 부분들에 있어서는 조급함이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건 부모의 의무처럼 이야기하는 육아서들과 부모님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만 불량부모가 된 기분이다. 그마나 남편은 나보다는 읽어주는 편이다. 어떨 때는 완전히 딴 이야기처럼 이야기를 꾸며서 읽어줄 때도 있다. 의도해서 그런건 아니고 남편 스스로 지겨워서 완전 엉뚱하게 읽는거라하는데 기발하다는 생각했었다. 나도 그렇게 하면 덜 지겨울까. 하지만 아이가 이제 36개월이 ..
아이와 온갖 과자 ​ 아이를 키우면서 되도록 과자를 안먹이고 싶었다. 내가 밥을 안먹는 아이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군것질이 밥을 잘안먹게 되는 원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어른의 입장에서 과자가 안좋다가 아니라 어린이의 입장에서 느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키우려고 마음먹었는데 너무나도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가기 전까지는 남편이라는 복병이 있었고 어린이집을 가니 원장선생님부터 입학날에 내가 보는데 당당하게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 있었다. 너무 빡빡하게 구는 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정말 어른들은 과거를 떠올려 봐야한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맛이 있다고 알기 전에 아이가 강력한 단맛을 알게 되었다면 그보다 약한 맛에 흥미가 갈것인지 말이다.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달콤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평생 안주고 키우자는 게..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주는 문제 ​ 나에게 운동은 약간 기부나 봉사같은 단어와 비슷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하면 당연히 좋은건 알겠는데 지금 당장은 급하지는 않은 것같아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느낌이다. 당연히 다이어트에 사활을 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업 또는 다른 중요한 일들에 밀려서 운동을 뒤로 미루고 만다. 과체중이 심각해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는 사람도 기존에 유지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운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뭐 당연히 과로가 원인이어서 퇴사나 휴직밖에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운동과 다이어트라는 두 단어는 약간의 어감의 차이도 가지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긴 하지만 운동이 삶의 목표처럼 된 경우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다이어트는 항상..
뭐라고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지만 ​ 우리 엄마는 나를 갖기 전 3번 유산을 하셨다.몸이 원래 안좋으셨던 것도 있지만 일때문에 더 힘드셔서 그러셨을 거다. 세 번의 아픔 뒤에 엄마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하셨다. 키우면서 정말 많은 정이 들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나를 임신하셨다. 엄마, 아빠, 할머니는 입양된 아이를 앞으로 태어나게 될 나와 함께 키울 자신이 없으셨다. 그래서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었다고 하셨다. 할머니도 엄마도 펑펑 우셨다. 이게 내가 들은 이야기의 전부다.나는 가끔 나와 함께 자랐을 수도 있었던 언니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언니 덕분에 내가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는 그 언니를 키우는 동안에 유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임신해야..
감정 소모하게 만드는 것들 ​ 대학생 때 나는 나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내가 왜 이런 기분인지, 저 사람의 어떤 점때문에 내가 힘든지 등등 사람과의 관계 속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 순간이 의미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꽤나 지치는 일이었다. 정신적인 노동을 꽤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한 느낌이었다.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안할 수 있다면 꽤 많은 시간이 생산적인 일로 쓸 수 있을텐데...’ 그런데 이게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생산적인 일들을 하면 감정소모가 심한 일들에 시간을 할애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걸 말이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은 많은데 나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것때문의 나의 하루가 영향을 받는다면 난 억울할 것이다. 감정소모..
젊은 꼰대짓해서 미안해 ​ 이건 나의 반성문이다. 젋은 꼰대들이 많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친동생한테 내가 그러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내가 하고 있는게 잘못된 걸 줄도 한참동안 몰랐다. 다 여동생을 위한건줄 알았다. 그리고 나만큼 동생에게 잔소리를 안하시는 부모님이 이해가 안갔다. 심지어 부모님 대신에 왜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해야되는건지 부모님이 야속했다.그러다가 어느날 어떤 그림카드를 보며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여동생을 쥐잡듯 잡고 젊은 꼰대짓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나는 그걸 깨닫자마자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꼰대짓해서 너무 미안해'라고 사과를 했다.동생은 언니한테 그런말을 들을 줄 몰랐다며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나의 꼰대짓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알게 된 건 아이..